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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3) "할망, 어인 일이우꽈?"/ 김귀웅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08 조회수678 추천수7 반대(0) 신고

 

 

7월 둘째주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마르 6,1-6)

 

                                            < 제주도 신창성당 : 김귀웅 주임신부님의 글>

 

 

시골에서 살면서 반드시 챙겨야할 것 중의 하나가 날짜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종종 "오늘이 며칠이지요?" 하며 묻고, 혼자서도 손가락을 꼽아가며 날짜를 확인한다.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하면 동네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오일 장날을 잘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1일과 6일에는 모슬포 장이 서고, 4일과 9일에는 한림에 장이 선다.

장에 가면 사람 사는 재미가 느껴질뿐 아니라 싱싱한 먹을거리도 많고, 물건 값을 깎기도 하고, 덤으로 얹어주는 것도 있어 참 좋다.

 

시장을 보다가 군것질하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다.

모슬포 장에서 사먹는 천 원에 네 개짜리 쑥 호빵은 정말 일품이다.

 

얼마 전 모슬포 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무얼 살까 고민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데 본당의 데레사 할머니와 마주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먼저 "할망, 어인 일이우꽈?" 하며 인사를 건네자 손주에게 줄 과자를 사러 나왔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나를 끌고 과자 파는 가게로 가셨다.

싫다고, 괜찮다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과자를 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할머니께서 물건을 고르느라 잠시 나에게서 눈을 뗀 사이 나는 얼른 그곳을 피해 달아났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할머니와 마주치게 되었고 할머니는 천 원짜리 뻥튀기과자 한 봉지를 기어이 내 손에 들려주셨다.

 

동네 마트에서 아니면 동네 길거리에서나 성당 밖에서 신자들을 만나면 신자들은 더 반갑고 기쁘게, 그리고 환한 얼굴로 신부님과 인사를 나눈다.

시골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예전에 도시에서 살면서도 마찬가지 경험을 했다.

매일 보는 가족이라도 집 앞 길거리에서 만나게 될 때 더 반갑다.

아는 사람을 늘 만나는 곳이 아닌, 다른 데서 만나는 것이 더 기쁜것은 누구나가 가지는 감정이 아닌가 싶다.

 

사실 본당에서 보는 신부님은 제의를 입고 엄숙하게 미사를 드리거나, 검은 수단을 입고 신자들과 악수를 하는 등의 격식 가득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버스 정류장이나 시장의 어느 가게 앞에서 만나게 되는 신부님은 우리와 같은 다정한 이웃으로 여겨질 것이고 아무런 꾸밈도 없는 한 인간과의 대면이 될 것이다.

그래서 성당 밖에서 만나는 신부님이 더 반가운 것이 아닐까.

 

성당에서 아무리 멋진 강론을 한다고 하더라도 병실을 찾아와 따스하게 손을 잡아주는 신부가 더 친근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성체를 나누어주는 신부님의 손이 한없이 거룩하지만 뻥튀기를 받아들고 찐빵을 건네는 손은 그 거룩함에 친근감까지 더해져 멋져 보일 것이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예언자가 고향에서만은 존경을 받지 못했음을 타산지석 삼아 성당을 박차고 나가 세상의 삶 한가운데서 신자들을 만나야 한다고 재촉하시는 듯싶다.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랬다고, 이렇게 소탈하고 친근하신 신부님이니까 할머니가 스스럼없이 뻥튀기 과자를 사주시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시골 장터를 이리저리 돌아보시며 쑥 찐빵을 사드시는 신부님의 모습을 상상만해도 친근하고 정겹게 느껴집니다. 사진으로 뵈어도 참 정겹고 소탈하신 신부님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한없이 따뜻하고 흐뭇해옴을 느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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