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신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08 조회수694 추천수4 반대(0) 신고

                              

 

 

 

                     "신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보잘것 없는 이들(?) 


   우리 본당 신자 분들은 항상 스스로 알아서 일을 찾아 해주신다. 본당 신부만 믿고 있다간 본당이 망할 것 같아서 아마 그러한 듯 싶다. 난 솔직히 본당신부로서의 모습을 내 스스로 판단해 보아도 전혀 능력이 없는 신부 중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 신자 분들은 본당을 가꾸어 나가는데 항상 본당 신부보다 먼저 고민하고 애를 쓰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정작 모든 일이 마무리 지어질 때 보면 그들은 항상 뒤에서 박수만 치는 모습들로 전락해버린다.


   처음부터 그들이 시작했으며 마무리까지 그들이 모든 것을 했음에도 정작 박수를 받고 수고했다며 칭찬을 받는 것은 바로 본당신부인 나인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뭐 하나 제대로 나서서 한 것도 아니 도움조차 제대로 해드린 것도 없는 본당신부인 나는 어느 상황, 어떤 일에서건 항상 칭찬을 받고 모든 성공에 대한 답례를 받기만 한다.


   이래서 본당신부들이 천당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는가 보다.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다 받아버렸으니…. 그래서 죄송한 마음에 그들에게 억지로라도 공을 치하하려 치면 항상 나에게 하는 소리들이 있다. “저희들이 뭘 알겠습니까… 보잘것 없는 것들인데…” 아뿔싸…. 그들이 보잘것없다면…, 그럼 난 뭐란 말인가. 교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요, 존재의 이유인 그들이 왜 보잘것없는 존재란 말인가….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으며, 왜 그들이 앞으로 나오질 못하게 했단 말인가.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하고 그저 그 분들께 감사하단 마음밖엔 그 이상의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 가장 비천한 자의 모습에서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자신의 땀방울 하나하나로 묵주 알을 엮어가듯 우리 본당의 은총의 방울들을 만들어주신 모든 신자들이 있었기에 난 오늘도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본당을 꾸려나가며 행복에 잠길 수 있었던 것이다.


   나 혼자 몰랐었던 거다. 예수님이 보시기에 정녕 가장 보잘것없었던 사람은 바로 내가 아니었을까. 오늘도 성모님을 바라본다. 비천한 자로서 당신을 표현하셨으나, 실제로 모든 이들의 어머니셨던 그 겸손함을 보고 배우기 위해…

 

   근데요…


   “예수님, 제가 좀 성격이 그래서 그런데 가끔은 좀 오버하더라도 이해해 주실 수 있으시죠?”


                     - 오유성 신부(수원교구 오포본당 주임) 

 

Summer Dream.(1992.01.01)...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