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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령 충만함을 입은 사람들 <2> 끝 / 송봉모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07 조회수720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에 대해서"

앞서 여러 차례 성령 충만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 표현은 루가복음 사가가 쓴 말이다. 이 표현을 사도 바울로 식으로 표현하면 성령의 열매를 맺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매는 구체적으로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착함, 성실, 온유, 절제의 열매를 가리킨다. 가끔 보면 성령강림 대축일을 기념하면서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들을 뽑게 한다. 종이 한 장에 열매 하나씩 적어놓고 눈감고 뽑게 하여 그 열매가 올 한 해 우리 안에 열매 맺기를 기도한다. 어떤 사람이 “인내”란 열매가 쓰인 쪽지를 뽑으면 그것이 그가 한 해 동안 키워야 할 성령의 열매라 생각한다. 그런데 바울로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얘기하면서 ‘열매들’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열매를 단수로 썼다. 아홉 가지 열매들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열매는 하나인데 그것이 아홉 개의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쉽게 이해하려면 성령이 물질이 아니라 인격체임을 생각하면 된다. 성령님은 인격체이기에 통합된 하나이지 아홉 개의 개체로 분리되는 물건이 아니다.

성령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은 아홉 가지로 드러나는 성령의 열매를 갖고 살아가게 된다.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착함, 성실, 온유, 절제 등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잠시 신자로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 안에서 아홉 가지 성령의 열매가 얼마나 드러나는지 점검해보자. 누군가는 지금 풀죽어 고개를 숙이고 있을지 모른다. 성령의 열매 아홉 가지 모습 중 몇 개도 발견할 수 없기에 창피해서. 그러한 분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말씀드린다. 바울로 사도는 ‘성령의 열매’라고 말했지 ‘나의 열매’나 ‘신자의 열매’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 점을 유념하고 숙고할 필요가 있다. 왜 ‘나의 열매’나 ‘신자의 열매’라고 말하지 않고 ‘성령의 열매’라고 말했는가?

우리가 우리 힘으로는 사랑을 살아갈 수 없고, 기뻐하며 살 수 없으며, 평화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힘으로는 늘 착하게 살 수 없고, 늘 온유할 수 없으며, 늘 절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령이 우리 안에 거하시면 불가능했던 모든 것들이 가능해진다. 성령이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면 우리가 사랑을 살 수 있게 되고, 평화를 보존할 수 있게 되고, 인내와 온유, 선함과 절제 속에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내 능력에 의한 ‘나의 열매’가 아니라 성령의 능력에 의한 ‘성령의 열매’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념할 점이 있다. 우리 안에서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가 맺어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수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씨앗을 뿌리는 작업에서부터 열매를 맺기까지 우리가 성령께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바울로 사도가 갈라디아서 6장에서 이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자기가 씨 뿌린 것을 거두는 법입니다. 그러기에 자기의 육에다 씨 뿌리는 사람은 육에서 부패를 거두겠지만, 영에다 씨 뿌리는 사람은 영에서 영원한 생명을 거둘 것입니다”(갈라 6,7-8).

바울로는 지금 업보의 원리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씨 뿌리는 그대로 열매를 거둔다는 것이다. 여기서 씨앗을 뿌린다는 것은 우리의 구체적인 행위가 성령의 가치기준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바울로 말대로, 우리 그리스도인 안에는 육의 자리와 영의 자리가 공존하고 있다. 육의 자리는 육정과 세속을 따라 살도록 우리를 유혹하고, 영의 자리는 진리와 성령을 따라 살도록 초대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두 자리 중에 어느 한 자리에만 씨앗을 뿌릴 수 있다. 어떤 그리스도인은 육에다 씨앗을 뿌리고, 어떤 그리스도인은 영에다 씨앗을 뿌린다. 그 결과 각각 서로 다른 수확을 거두어낸다. 육에다 씨앗을 뿌린 사람이 거두어들이는 것은 부패다. 썩은 것을 거두어들인다. 한편 영에다 씨앗을 뿌린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거두어들인다. 곧 영원한 존재이신 하느님과의 친밀한 나눔을 거두어들인다.

또 한 가지 유념할 점이 있다. 우리 안에서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가 맺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열매가 처음부터 나오는 경우는 없다. 식물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도 자연이 열매를 맺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열매가 나오려면, 먼저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나오고, 꽃을 피움으로써 비로소 열매가 이루어진다. 씨앗에서 열매가 되기까지는 많은 수고와 점진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성령은 한 영혼을 새로 태어나게 하는 동시에 그 영혼에 생명을 심지만,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성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과정과 수고가 필요하다.

땅과 함께 수고하는 사람들, 과수원 지기나 농부들은 모두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느님께서 정해 놓으신 계절의 순서와 성장의 법칙을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야고보가 말한 대로 “농부는 땅의 귀한 열매를 기다립니다. 가을비와 봄비를 맞아 열매가 익을 때까지 그는 참고 견딥니다.”(5,7) 우리는 성령의 열매를 맺어지는 그 날까지, 다른 말로 하면 우리 안에서 그리스도의 인품이 발견되는 그 날까지 인내하며 노력해야 한다.

성화의 점진성을 이렇게 강조함으로써 우리의 계속되는 허물을 너그럽게 봐 주고, 게으름을 장려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신자가 되는 그 순간에 성숙한 신자가 되어야 한다는 비현실적 인식과 그로 인한 절망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예수회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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