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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먼 신부님이 고로코롬 말씀하신대요?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07 조회수865 추천수4 반대(0) 신고
                  

 


                

                먼 신부님이 고로코롬 말씀하신대요?



   지난 해 11월에 교구 신앙대학에 강의가 있어 광주에서 늦게 마치고 함평에 도착하고 나니 웬 전화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신부님이 그러실 수가 있어요?”

   수화기를 들자 대뜸 저쪽에서 퍼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잔뜩 긴장을 해가지고 듣고만 있으려니까 다시 또 한마디 던지는 것이었다.


   “광주에 나오셨으면 저희에게 전화 좀 주셔야지. 그래 그냥 돌아가세요?”

   어떤 젊은 부인이었다.

   난 그제서야 감을 잡고는 보복이나 하려는 듯이 수화기에 대고 소리를 쳤다.

   “내가 어디 여자가 한 둘이냐? 자네 차례가 오려면 아직도 석달은 더 기다려야 해!”

   그러자 저족에서 깔깔깔 웃더니만, “맞아요, 맞아. 이년이 그저 미친 년이지. 신부님 같은 남자가 뭘 좋다고 가슴을 태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면서 앙갚음이나 하려는 듯이 마구 쏟아내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수준이 그 정도밖에는 되지 못한다. 가끔 속상하고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좀 점잖고 품위 있는 말들이 나오질 않는다. 속에 그런 것들이 들어 있지 않으니까 맨날 천박한 농담이나 수준 낮은 얘기 짓거리만 해대고 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신부님은 바로 그게 매력이에요” 하면서 부추기는 아부파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성탄 낮미사에는 열 개 공소에서 온 신자들로 성당이 잔뜩 붐볐다. 특히 마당에서 잔치할 때에는 떡국에다 소주와 돼지고기 안주에 분위기가 아주 재미있게 펼쳐지고 있었다. 이럴 때면 나는 습관적으로 이 식탁 저 식탁으로 돌면서 장난을 치고 농담을 던지곤 한다. 그게 내 주특기다.


   마침 한 부인이 자기 어린 것의 입에 떡국을 넣어 주는 것을 보고는 “새끼냐?” 하고 묻자 그녀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음식을 입에 가득 넣은 채로 나를 흘겨보기에 이번엔 그 꼬마를 보고 “에미냐?” 하고 지 엄마를 가리키자 그놈이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새끼가 에미보다 낫구나!”


   나를 흘겨대는 그 부인의 눈초리에 대고 인상을 한바탕 썼더니 그 부인이 입안의 음식을 다 뿜어 내면서 한다는 소리가 “먼 신부님이 고로코롬 말씀하신대요?” 하면서 수건으로 눈물을 찍어 내면서 까지 웃어대는 것이었다.


   농담이 간혹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시원스레 허물어 버릴 때가 있다. 그리고 아주 빠른 시간에 사람과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농담은 항상 위험한 것이다. 흔히 상대방의 약점이나 자존심을 건드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언젠가 생활성서사에서 전화가 왔다. 저쪽에서 자기가 누구라고 하는데 대뜸 이쪽에서 한다는 소리가 “이빨이 이상한 수녀님이죠?” 하고 되묻는 바람에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어 버렸다.


   “예수님, ‘입이 걸은 것도 은총이다.’ 뭐 이런 말씀은 안하셨습니까?”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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