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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7 > 죽여 주옵소서!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7 조회수917 추천수9 반대(0) 신고

 

 

                            죽여 주옵소서!



   나는 실패한 전과가 많은 사람이다. 사도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오늘의 내가 된 것은 하느님의 은총의 덕이다(1고린 15,10).


   어쩌면, 우리는 모두 실패가 많은 인생들이다. 실제로 예수님이외에 어느 누가 완전할 수 있으며,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어느 누가 그 험한 정상의 길을 올라갈 수 있겠는가?


   언젠가 안양의 ‘라자로 마을’에서 노기남 대주교님을 두 달간 가까이서 뵈온 일이 있었는데, 그분은 사도 베드로에 대한 묵상 내용을 자주 들려 주곤 하셨다. 실패가 많았던 인생!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님의 사랑은 사도 베드로에게 각별하셨으니 예수님 말씀대로, 당신의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2고린 12,9).


   로마서에는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습니다”(5,20)는 말씀이 있다. 이 대목의 해석을 여러 가지로 할 수 있으나 사도 바울로 자신이나, 막달라 여자 마리아, 또는 아오스딩 성인 등을 볼 때면 그 말씀의 의미를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제들에게 특별한 애정과 존경을 드리고 있는 신자들도 없을 것이다. 물론 훌륭한 신부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내 경우를 보면 실패를 실패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덮어 주고 사랑으로 감싸 주니 어떤 땐 신자들에게 성사를 보고 성직자가 용서 받는 그런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며칠 전에 사목회에서 뭔 일로 오기를 부리고 발작을 일으키는  바람에 많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준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는 통 잠이 오질 않았다. 약도 올랐지만 성질낸 것이 부끄럽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이튿날 새벽에 일일이 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더니 모두가 기뻐하면서 좋아들했다. 그러고 나자 나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가 있었다.


   자랑할 것이 있다면 오로지 자기의 약점밖에 자랑할 것이 없다는 사도 바울로의 말씀을 다시 음미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주님 앞에 넘어졌던 베드로의 약함도 묵상해 보다.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가 아니라면 인간의 존재는 과연 어찌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난 교리시간에 ‘가라반달의 성모’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성모님의 주요 메시지 중의 하나는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이 발현이 비록 교회의 공적인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슴에 와 찌르는 것이 많이 있었다.


   주여, 나를 죽여 주옵소서!

   끈질기게 솟구치는 교만을 꺾어 주시옵고 두꺼운 위선의 꺼풀도 벗겨 주시옵소서. 절제 없는 분노와 시기심을 깨뜨려 주시옵고 거짓된 변명과 인간적인 욕망을 부수어 주옵소서.

http://my.catholic.or.kr/vegabond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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