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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43) 5분 만에 따르릉....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6 조회수711 추천수3 반대(0) 신고

 

지난 일요일날 미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미국을 여행 중인 아들에게서였다.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는데 혼자서 간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친구네 집에서 그동안 있었고, 여행도 함께 할 거라고 해서 그나마 안심하고 있었는데, 혼자서 뉴욕에 간다고 하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모텔에서 잘 때 조심하라고 했더니 모텔은 비싸서 민박을 할거라고 했다.

순간 방정맞게도 언젠가 유럽으로 배낭여행 가서 민박에 들었다가 살해된 여대생 이야기가 떠올라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민박에서 잘 지냈는지 궁금한데 전화를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은 아랑곳없이 월요일엔 전화가 없었다. 아리조나에 거주한다는 아들 친구의 집에 여러차례 전화를 했지만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로 말하는 아나운서의 멘트만 흘러나올뿐 통화가 되지 않았다.

불안감에 속이 울렁거리고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해 밥맛도 없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미국 영화에서 본 수많은 무서운 내용들만 떠올라 심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화요일엔 마음이 뒤숭숭하여 수필교실도 결석하고 또 혹시라도 전화가 오려나 싶어 집을 떠나지 않는데, 그래도 소식이 없어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살려주신 우리 아이를 제발 이번에도 보살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불과 5분도 되지 않아 전화벨이 울리기에 받아보니 아들이었다.

 

왜 어제 전화 안했냐고, 엄마가 걱정되어 죽는 줄 알았다고 숨 넘어가는 소리를 하였더니 왜 오바하냐고, 어제 전화했잖냐고 한다.

순간 시차때문에 일요일날  한 전화를 월요일에 한 것으로 착각하는가 싶었다.

밤에 잠 안자고 컴퓨터하는  버릇은 여전하여 노트북을 가지고 전화를 하다보니 아마 그쪽은 월요일인 것 같기도 했다. 

 

민박집이 어떠냐고, 위험하지는 않냐고 했더니 좋다고, 독방이고 친구네 집보다 낫다고 한다.

영어는 할 줄 아냐고, 음식은 어떻게 사먹느냐고 했더니, "당연히 스피킹은 되지 않지!" 하면서도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날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갔는데, 관광객이 너무 많아 두 시간을 기다리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발바닥이 다 아프다고 한다.

그리고 그럭저럭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여행을 한다고도 했다.

 

그 전화를 받고나서야  속이 울렁거리던 게 가라앉아 밥도 먹을 수 있었다.

자식이 참 애물이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쩌면 참 괴로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다져진 세뇌가 가져오는 편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내가 가지는 감정은 그리 나쁘지 않다.

우선 미국은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국가라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그리고 우리의 오랜 우방국가라는 것, 6.25 전쟁때 도움을 준 국가라는 것, 이런 이유로 <국가 대 국가>라는 관점에서 볼 적엔 나쁘지만은 않은데, 이상하게도 사회적인 관점에서 볼 적엔 무척 불안스럽고 겁이 나는 나라라는 점이다.

 

백인들은 잔인하고, 흑인들은 막무가내이고, 다인종의 복잡한 나라에, 총기를 사용하는 나라, 동양인은 무시하고 차별하고 뭐 그런 류의 선입견으로 혼자 다니기엔 겁나는 나라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영화나 TV 시리즈물을 통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리에 각인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문화적인 매체가 얼마나 인간의 편견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 그들 국민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건 사실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영상매체를 통해 본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 영화들은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극히 일부분일 수도 있다.

일부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냉혈인간들을 다룬 영화들이 그 영화의 무대인 그 나라의 전부일 수도 없고 그 국민들을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그 스릴러물 비슷한 영화들을 통해서 본 내용들이 그나라 사회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 중엔 잔인하고 무섭고 폭력적인 사람들이 많을거라는 인식이 뿌리 깊이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그 나라 민박집은  위험하고 사람들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더욱이 영화를 통해 본 백인들의 모습은 동양인과는 다르게 눈알이 회색이거나 파랗거나 녹색으로 고양이 눈처럼 각도에 따라서는 보기에 무서운 느낌을 준다. 동양인의 검거나 갈색인 눈보다 주는 느낌이 보기에 따라서는 아름답고 화려해 보일 때도 있지만 스릴러물에선 아주 섬찟함을 주는데 상당히 효과적일 때가 많다.

특히 화면을 어둡게 처리할 때 더욱 그렇다.

 

화면을 통해 본 바에 의하면 아무리 무서운 조폭이라도 동양인이 주는 느낌은 백인의 섬찟함을 따를 자가 없다.

그래서 헐리우드의 영상물을 다년간 접해본 동양인으로서 나는 백인이 동양인보다 주는 느낌이 무섭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얼굴 구조가 그들이 조각적으로 잘 생겼다고 느끼면서도 인간적인 느낌은 상당히 비우호적이 되는  것이다.

 

얼마나 편견인가!

영상물, 특히 스릴러물들은 상식적인 것보다는 비상식적인 것이 더 많고, 보편적인 것보다는 극히 편협적인 주제가 더 많다. 평범한 것보다는 쇼킹한 것이어야 대중의 시선을 끌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난 그 쇼킹한 주제를 다룬 스릴러물에서 본 군상들의 모습을 미국이라는 나라에 그대로 대입시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잔인한 인물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를 본 한국인이 그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여 한국사회, 한국사람은  대충 그럴거라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다만 영상매체로 분명하게 인식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 사회를 잘 알고 있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선량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접해본 일이 전혀 없는 나라의 그런 매체들은 상당부분 그대로 받아들여져 자신도 모르게 세뇌가 되는 것 같다. 가 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얼마나 위험한 매체의 세뇌인가 말이다.

물론 그러한 오류에 빠져버린 것이 나만의 어리석음일지도 모르지만......

 

이제사 깨달은 건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고, 사람들은 대개가 다 그렇고 그런 것이지 특별나게 다른 사람 없고, 특별한 나라 없다는 진리를 잠시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 틀 안에서 행동하며 산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때문에 영상매체, 문화적인 매체가 얼마나 인간의 상식을 세뇌하고 오류를 범하게 하는가를 비로소  깨달았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현실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잠시 그 오류에 빠져 미국이라는 사회는, 특히 백인들이 사는 곳은  무섭고 잔인한 인간들이 많아 위험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런 오류를 범하게 한 원인은 미국에게도 있지 않을까.

맨 그런 영화를 만들어 배포한 것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라는 나라와 미국인, 특히 백인은 냉혈이고 잔인하고 무섭다는 인식을 세계인에게 심어준 것은 아닐까.

 

세계각국의 반미 감정도 어쩌면 정치적인 것에 더해 그러한 오래된  편견들이 오버랩되어 더욱 심해진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보았다.

숱한 영상물들을 제작하여 수많은 국가로부터 돈을 벌어들였지만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그런 편견들이 반미 감정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은 범죄의 나라, 미국인은 특히 백인은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사이코적인 인간들이 많다는 편견말이다.

양들의 침묵, 다이하드, 실종, 그리고 수많은 서부영화의 잔인한 악당들 등등......

갑자기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그렇지 그런 류의 영화와 TV 범죄물 시리즈들은 수없이 많다.

 

이야기가 좀 엉뚱한 데로 흘러간 것같지만 중요한 건, 주님과 성모님께 쌍으로 드린 기도가 금방 응답이 왔다는 생각에 너무도 황홀하여 순식간에 기분이 업(up)되었다는 것이다.

그래!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야! 그러니까 수많은 교포들도 잘들 살고 있지!

쓸데 없는 걱정일랑 버리자.

내 걱정은 어디까지나 내 편견으로 인한 걱정이니 부디 접어 버리고, 아들이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고, 이제부턴 하느님과 성모님의 빽을 믿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자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마음이 불안하면 기도를 하자.

하느님께 성모님께 그냥 매달려 보는 거다.

그러면 이렇게 응답을 주시지 않는가!

5분 만에 따르릉 ..........

참 희한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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