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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거지' 자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07 조회수721 추천수4 반대(0) 신고
 

       

                           '우거지' 자매



 몇년 전 일입니다. 마당에 서 있는데 어떤 자매님이 얼굴을 찌푸린 채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푸념을 하는 것입니다.


 "신부님 정말 살기 싫어요. 남편은 돈도 못 벌면서 매일 집에서 밥이나 축내지요, 자식새끼들이라도 어미 마음 알아줘서 공부라도 잘해주면 좋겠는데 놀기만 바쁘지요, 지금 하는 장사는 손님이 안 와서 영 죽을 쑤지요, 정말 짜증이 나서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어디가서 목이라도 매고 콱 죽어버리고 싶어요."


 얼굴 혈색이 좋은 자매님의 푸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매님 이야기를 듣는 제 마음은 동정심이 아니라 짜증이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자매님, 인생 살아야 몇년이나 사신다고 짜증을 내십니까."


 "아니 신부님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그렇게 항변하는 자매님 푸념을 들으면서 집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났습니다. 엄마의 짜증에 식구들이 얼마나 시달리며 살까 하는…. 자매님이 짜증을 낸다고 가족들이 바뀌던가요?"


 "… …."


 "안 바뀌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짜증을 내십니까?"


 "아니 그럼 가만 두고보란 말이에요?"


 "그건 아니지요. 단지 짜증내서 바뀌지 않는 것에 짜증을 내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란 말이지요."


 "아니 그럼 내가 바보란 말이에요?" (우거지상이 되어가는 자매님에게 직격탄 한발)


 "그럼요, 바보 중에 상바보지요. 그렇게 짜증난 얼굴을 하고 다니면서 가족 험담을 하고 다니는 것이 바보란 첫째 이유이고, 우거지상을 하고 손님이 많이 오길 기다리고 있으니 바보의 둘째 이유지요. 복은 웃는 얼굴에 온다고 했으니 짜증 그만내고 웃으면서 사세요."


 그 얘길 듣고는 삐쳤는지 돌아가던 자매가 구시렁거리면서 하는 말.


 "이래서 신부들도 장가를 가서 뼈 빠지게 고생을 해봐야 한다니까."


 큭큭~ 웃으면서 속으로 말했지요. '자매님 덕에 장가 좀 갔으면 좋겠습니다, 우거지 자매님~.'


 무더운 여름날 짜증 난 얼굴로 다가오는 분들을 보면 제가 따라서 짜증이 납니다. 날씨가 덥고 하는 일이 잘 안 되더라도 또 아무리 짜증나더라도 털털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삽시다.


 인생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짜증은 내면 낼 수록 인생을 더 꼬이게 한다고 하지요. 기왕에 꼬인 것 풀기도 바쁜데 더 꼬이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상계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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