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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녁묵상]눈뜬 장님 / 송봉모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5 조회수748 추천수8 반대(0) 신고

 

                                                                  - 실로암 연못-

 

 

                         눈뜬 장님


“예수라는 분이 진흙을 개어 눈에 발라주며 ‘실로암으로 가서 씻으시오’ 하셨습니다. 그래서 가서 씻었더니 보게 되었습니다” (요한9,11).


   “나는이 세상에 심판하러 왔습니다. 보지 못하는 이들은 보게하고, 보는 이들은 보지 못하게 하려고 왔습니다”(9,39).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 앞에서 보지 못하는 이들은 보게되고, 보는 이들은 오히려 보지 못하게 될것이란 말씀은 도대체 무슨 말씀인가?


   캘리포니아 벤투라란 마을에 새로 이사 온 가정이 있었다. 그 가정에는 두 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둘 다 시각장애자였다. 큰아이(여자아이)는 완전히 앞을 보지 못하였고, 작은아이(남자아이)는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낯선 곳에 이사를 왔으니 학교 가는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 엄마는 매일 아침 두 아이를 데리고 학교로 가면서 설명했다. “얘야, 여기는 철조망이 있단다. 조심해야 돼. 얘야, 여기는 길이 굽어져 있단다. 애야, 여기는 건널목이란다. 조심하렴.” 얼마 후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학교를 가게 되었다. 어렴풋이나마 앞을 볼 수 있던 아들은 엄마가 길을 가르쳐 줄 때 조금은 소홀히 들었고, 완전히 앞을 못 보는 딸은 엄마의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겨 들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학교를 잘 다녔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짙은 안개가 마을을 덮어버렸다. 그래서 약간의 시력을 갖고 그동안 자신만만하게 걸어 다녔던 아이는 걸어갈 수가 없었다. 철조망에 걸려 찢기고,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지면서 비명을 지르다가 나중에는 누나의 손을 꼭 잡고 가야만 했다. 한편 전혀 앞을 보지 못하는 누나는 안개가 짙게 끼든, 날이 밝든 상관이 없었기에 엄마가 가르쳐 준 대로 발걸음만 옮기면 되었다. 눈은 감았지만 앞길은 훤히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서 많은 신자들도 조금 본다는 사실 때문에 하느님 말씀에 집중하지 않는다. 강론도 건성으로 듣고, 성경을 읽어도 대충 훑어보는 식이다. 그러다가 생의 폭풍우가 지고 안개가 덮이게 되면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정신을 못 차린다.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비명을 지르고 진흙탕에 넘어져서 몸은 엉망이 된다.


   예수님과 함께 있던 바리사이 몇이 이 말씀을 듣고 말했다. ‘우리가 맹인이란 말이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차라리 맹인이라면 죄가 없겠지요 그러나 지금 ’본다‘고들 말하고 있으니, 당신들의 죄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9,40-41). 하느님의 존재를 불신하는 자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정직한 불신자‘와 ’정직하지 못한 불신자‘이다. 정직한 불신자는 하느님을 알고 싶지만 아직 모르는 경우이고, 비정직한 불신자는 하느님을 찾을 마음도 없고 하느님을 무조건 부인하는 사람이다. 바리사이들은 정직하지 못한 불신자들이다. 그들은 원래 처음부터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의 죄는 무조건 예수님을 거부한 죄다.


   눈뜬 장님이 되지 않으려면 은총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일찍이 니고데모에게 말하였다. “진실히 진실히 말하거니와 누구든지 위로부터 새로 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습니다”(요한3,3). 아무리 육신의 눈을 뜨고 있어도 거듭나지 않은 사람은 눈뜬 장님이다.


     - 성장하는 신앙 중에서 ( 송봉모 / 예수회 신부 .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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