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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씨뿌리는 사람'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5 조회수731 추천수5 반대(0) 신고

<씨뿌리는 사람>(마태 13,1-9)

 

 "자, 씨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지금 이 복음을 묵상하고 써 내려가고 있는 곳은 전북 고창에 있는 나환자들의 정착 마을이다. 수녀님들과의 모임 때문에 지난 19일에 이곳에 와서 머물다가 24일인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 떠날 것이다. 이곳에 나환자들이 정착하게 된지는 약 50년이 되었다고 한다. 자녀들은 모두 밖에 나가 살기 때문에 나이 든 분들만이 계신다. 이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수녀님이 한 분 계신다.

 

수녀님이 이곳에서 이들과 생활한지는 어언 20년이 된다고 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수녀님의 존재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이들은 자기들의 모든 대소사를 수녀님과 의논하고 의지하고 있다. 수녀님은 마치 이 마을에서 모든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과도 같은 존재이며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신다.

 

이들은 매일 아침 저녁에 공소에 모여 함께 기도를 하고 말씀의 전례를 한다.

어느 것 하나 수녀님의 손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수녀원 사정상 수녀원을 철수하려고 하자 이곳 마을 사람들이 극구 반대를 하여 못 떠났다고 한다.

 

심지어는 수녀님이 떠나면 농약 먹고 우리 모두 죽겠다고 위협까지 하면서 수녀님께 매달렸다고 한다. 수녀님이 말하시기를 "이들이야 말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다 죽을 때까지 우리 수녀들이 함께 있어 주지 않으면 누가 이들을 돌보겠습니까? "라고 말씀하시는 말을 듣고 "수녀님이야 말로 성녀이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나환자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정말 아니다. 그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단순히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절망 중에 있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모든 이들로부터 따 돌림을 받는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한다. 자신들의 병에서 오는 고통을 견디어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그들 곁에 있어 주어야 하며 신앙 안에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영적 여정을 동반해 주어야 한다.

 

한 마디로 부모도 자식도 버린 그들의 어머니가 되고 형제 자매가 되어 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동반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몇일도 아닌 20년이라는 세월을 오직 그들을 위해 존재하였고 몸바쳐온 수녀님의 존재는 바로 그들과 함께 계신 예수님이시고 성모님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말로서가 아니라 온 몸으로 복음을  살고 전하는 수녀님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고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정말 존경스럽고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녀님의 생활은 정말 가난하게 사신다.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작은 방에도 벌레들이 여기 저기 다닌다. 아주 기본적인 것 이외에 다른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그 흔한 텔레비도 안 보인다. 겨우 누울 수 있는 작은 방 몇개와 작은 기도실이 전부이다. 수녀원 안에 예수님을 모셔둔 작은 성당(두 2-3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는 작은 방)을 보면서 수녀님이 20년동안 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던 그 비결을 알게 되었다.

 

즉 수녀님은 이 작은 성당에서 기도하면서 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모든 힘을 길러냈고, 외로움을 극복했고, 그들과 한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길러갔던 것이다. 수녀님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탈하였고 친절하였으며 겸손하셨다. 정말 기도생활을 하면서 예수님을 위해 산다는 생활이 어떤 모습인가를 잘 보여주는 수도자의 모습이었다.

 

한번뿐인 인생을 자기를 위해서 살지 않고 다른 이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산다는 것은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생활을 하고 싶다는 동경은 누구나 갖고 있으면서 단 한번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채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일생을 나환자들의 뒷 바라지를 하고, 때로는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이 인간적인 생각으로 가능한가? 

 

자기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헐뜯고, 부정을 저질러 가면서까지 수 천억을 챙기는 험악한 이 세상에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그것도 성한 사람들이 아닌 부모 친지들도 나 몰라라 하는 나환자들을 위해 자진해서 그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봉헌한 수녀님의 삶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닌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수녀님의 모습이 오늘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아주 강렬하다.

 

인생이 무엇인지,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의 삶이 어떤 것인가를, 한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무엇이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인가를, 그리고 정말 하느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모습이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씨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고 하였다. 수녀님은 하느님이 이 마을에 뿌린 씨앗이다. 수녀님은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으로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이곳 나환자들은 수녀님이 맺는 열매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 열매를 먹으면서 힘을 얻고 위안을 받으며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서로 격려하고 도와가며 살아가고 있다. 열매라는 시가 있다.

 

열   매        

 

세상의 열매는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오 세영 
                                
오늘 복음에서 뿌린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요, 하느님의 나라이다.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살고 싶으면 하느님의 나라인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 마음 속에 받아들여야 하고 그것을 잘 가꾸어 많은 열매를 맺게 해야 한다.

 

열매는 하루 아침에 맺어지는 지는 것이 아니다. 뿌린 씨를 잘 가꾸는 이의 정성과 사랑에 달려 있다. 아무리 예수님이 우리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씨를 뿌려도 우리가 그 씨를 잘 가꾸지 않으면 마치 길에, 돌밭에, 가시덤불 속에 떨어진 씨처럼 아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우리가 매일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매일 뿌리시는 말씀의 씨앗을 가꾸어 나가는 생활이다.

 

열매를 맺고 안 맺는 것은 그 씨를 가꾸는 자의 자세에 달려 있다. 예수님이 뿌리신 씨는 분명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좋은 씨이지만 그 씨를 받아들여 가꾸는 자의 자세에 따라 열매를 맺을 수도 있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도 있다.

 

지금 내 안에 예수님이 뿌린 씨가 있는가? 나는 그 씨를 정성껏 가꾸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나의 영적 성장은 나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떨어진 씨앗아 자람으로서 나의 영적 생활도 자라는 것이다. 즉 나의 영적 생활은 나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뿌려진 씨앗에 달려 있다.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으면 나의 영성생활이 열매를 맺는 것이요, 아무리 예수님이 씨를 뿌렸어도 내 안에서 자라는 씨앗이 없으면 내 영성생활은 자라지 않는 것이다.                              

                                                                            - 유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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