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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풍랑없는 호수?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04 조회수833 추천수7 반대(0) 신고
 


 



독서: 아모 3,1-8; 4,11-12
복음: 마태 8,23-27

어느 날 근심(Cura)이 강을 건너다가 품질이 좋은 진흙이 있는 곳을 발견했다.
근심은 이 품질이 좋은 진흙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근심이 흙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동안 주피터(Jupiter)가 다가왔다.
근심은 주피터에게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에 정신을 넣어 달라고 청했다.
주피터는 근심이 청한 대로 기꺼이 해 주었다.

근심이 자기가 만든 것에다 자기 이름을 붙이려하자,
주피터는 자신의 이름을 붙일 것을 요구했다.
근심과 주피터가 새로 만든 것의 이름에 대해 싸우고 있는 동안,
땅(Humus)이 들고 일어나 이 새로운 것에 자기 몸의 일부를 제공했으므로
자신의 이름을 붙여야한다고 요구했다.

실랑이가 해결되지 않자 사투른(Saturn)에게 올바르게 심판해달라고 요청했다.
싸투른은 다음과 같이 판결을 내렸다.

“주피터는 이 새로 생겨난 것에 정신을 제공했으므로 이것이 죽으면 정신을 갖고,
땅, 너는 몸을 제공했으므로 이것이 죽으면 몸을 가져라.
그리고 근심, 너는 이것의 형체를 만들어 이러한 존재로 있게 했으므로
이것이  살아있는 동안 너의 소유로 하거라.
그리고 싸움의 원인이 된 이것의 이름은
이것이 땅, 즉 Humus로부터 만든 것이므로 호모(Homo)라고 하여라.”


안젤름 그린 신부님의 '다시 찾은 마음의 평안'에서는
'근심’에 관한 로마인들의 우화를 소개하고 있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근심하는 존재임을 풍자한 우화다.



풍랑에 시달리는 배 속에서 우왕좌앙 근심하는 오늘 복음의 제자들 모습은
바로 우리 인간 실존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언제는 한 時인들 풍파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매일 매일의 삶이 고정된 것 하나 없는 흔들리는 삶, 아니었던가.
불안의 연속, 불확실한 나날들이 바로 풍랑이었다.

그런데 그 인생이라는 끝없는 풍랑 속에서도
고요히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을 본다.



근심에 해당하는 희랍어는 ‘merimna'인데 무엇을 구하기 위해 애를 태우다.
무엇을 추구하다, 무엇을 몹시 원하다, 무엇을 두려워하다. 등의 의미가 있다.

이 뜻을 자세히 살펴보면, 근심은 한마디로
‘자기 존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가지는 현실적 두려움’(Ulrich Luz)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도 제자들은 자기의 실존을 지속적으로 뒤흔드는 
현실적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러한 두려움에서 초탈되어 있다.
그분의 생명은 벌써 하느님께 맡겨놓았기 때문이다.
그분이 유지해야할 것은 이제 아무 것도 없었으므로
그분은 아무 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그.분.처.럼.
우.리.도.

생명의 주인에게 우리 존재를 내맡길 수만 있다면
시간의 주인에게 우리의 내일을 내맡길 수만 있다면 
우리가 유지하려고 기를 쓸 것도 없고
우리가 잃어버리지 않으려 안달할 것도 없고
우리가 차지하려고 애쓸 것도 없다.



“그런 다음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예수님이 꾸짖으신 것은 실상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이 아니고,
거칠게 흔들리는 호수도 아니다.

그분이 꾸짖으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몰아치는 바람은 바로 우리 마음에서 끊임없이 불어오고
일렁이는 호수는 바로 우리 마음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근심과 두려움을 내던지고, 믿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모질게 흔들리는 인생, 그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화와 고요를 누릴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인간의 현실이 흔들리는 풍파라면
흔들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칠 것도 없다는 말이다.


어차피 풍랑없는 호수가 없다면
뱃고물을 베개삼아,  인생의 요동을 놀이삼아,
그 풍랑 안으로 뛰어 들어가 보자.

누가 아는가?
그 깊은 호수 안에도 그림같은 용궁이 존재하고 있을지.... ^^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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