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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9>놀 줄 모르는 신부도 신분가요?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04 조회수1,037 추천수8 반대(0) 신고

                                                     

 

 

 

                           놀 줄 모르는 신부도 신분가요?



   언젠가 신자들 200명과 함께 성지순례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먼 거리였고 그래서 힘이 든 탓도 있었지만 성지를 다녀오는 얼굴들이 기쁨이 아니라 다 죽어가는 군상들이었다. “웬일이냐?” 해도 대답을 안 하고 고개를 돌리는 것이 말 못 할 어떤 사정 같은 것이 있어 보였다.


   차가 중간 휴게소에 도착했을때 사람을 시켜 철조망 너머에 잇는 가게에서 소주 한 박스를 사다가  차마다 열 병씩을 돌렷더니 금새 노랫소리가 나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그 즐거워하는 표정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본당에 도착할 때까지 벌어진 입들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혹자는 말했다고 한다.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신자들이 술을 마시고 춤추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로서는 우려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천만의 말씀이다. 성지를 향해서 갈 때는 물론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묵상해야 한다. 그리고 전중하게 참배해야 한다. 그러나 올 때는 우리가 선조들의 뜨거운 피의 신앙을 배웠기 때문에 기뻐해야 한다. 그 기쁨이 술을 나누고 춤추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럼으로써 우리도 실생활에서 사랑하고 용서하는 순교의 길을 걸어가게 되는 것이다.


   사무엘 하권을 보면(6,16-23), 다윗이 야훼의 궤를 도성으로 옮기면서 야훼 앞에서 벌거벗은  채로 춤을 춘 일이 있었다. 이것을 보고 왕비였던 사울의 딸 미갈이 “부인들 앞에서 임금의 체통이 그게 뭐냐?”고 다윗을 빈정거렸지만 하느님 보시기에는 다윗이 옳았으며 미갈은 하느님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앙이란 첫째로 기쁨이다. 아무리 희생과 극기로 자신을 죽이는 일이라 해도 그 본질은 기쁨이가. 에수님이 내 삶의 곳곳에 자리잡고 계시기 때문에 슬퍼도 스프지 않으며 아파도 아프지 않는, 기쁨이 넘치는 생이 잇는 것이다. 물론 기쁨이 지나쳐서 술주정을 하거나 흥청대며 추태를 부린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특히 바울로 사도는 “술 취하지 말라”고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함평에 와서 첫 성지슨례단을 모집하면서 나는 신자들에게 한가지 못을 박은 일이 있다. 즉 회원이 되기 위해선 소주 한잔은 마실 수 있어야 하고 디스코 춤은 기본이며 노래 세곡 이상은 논스톱으로 꿸 수 잇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소회장들은 철저하게 심사를 헤서 미달한 사람들은 제외시키라고 했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성지순례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사순절이 되면 온 교회가 단식을 하고 희생을 하다가도 부활절에는 본당마다 돼지를 잡고 술을 장만하면서 기쁨을 나누게 된다. 기븜을 드러내는 데에는 마시고 춤추는 일이 빠질 수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신자들도 부활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야 정상인 것이다.


   농담 한 번 더 하자.

 

   “ 놀 줄 모르는 신부도 신분가요?”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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