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체험을 존재 깊숙히

제목 : 야곱의 꿈(창세 28)  성경 : 창세기 28,10-18꿈을 꾸었다. 그가 보니 땅에 층계가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는 하늘에 닿아 있는데,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20 그런 다음 야곱은 이렇게 서원하였다. “ 하느님께서 저와 함께 계시면서 제가 가는 이 길에서 저를 지켜 주시고, 저에게 먹을 양식과 입을 옷을 마련해 주시며,

21 제가 무사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신다면, 주님께서는 저의 하느님이 되시고,

22 제가 기념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은 하느님의 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께서 주시는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창세 28,20-22)

   [...] 마르티니 추기경은 야곱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축복이 다이루어지면 보답하겠다고 서원한 것은, 하느님의 약속을 자기 존재 깊숙이 각인시키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간밤의 꿈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돌을 세웠듯이 서원기도도 같은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마르티니 추기경은 영적 체험을 존재 깊숙이 각인시키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천부적 직관들을 마음과 기억 속에 막연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에게는 종종 은총의 순간들, 즉 하느님께 대한 진정한 깨달음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체험들은 성장하지 못하고 잊혀진다. 그것은 그 체험들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들을 기억 안에 어떤 식으로든 각인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수회 수련 과정에서 중요한 훈련 하나는 어떤 행위가 있고 나면 잠시 머물러 그 행위를 반성하는 시간(recollection time),일명 상기(想起)훈련이라는 것이다.  이 훈련은 서둘러 다음행위로 넘어가지 않고 잠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먼저번 행위와 새로운 행위 사이에 공백을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예로 식사 후에 잠시 주님 앞에 나아가 식사 도중에 있었던 일을 반성하고, 형제들과 함께 운동을 한 후에 잠시 머리를 숙여 운동중에 있었던 사건들을 반성하면, 영적 독서중에 잠시 책을 덮고 읽은 내용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일상적 삶에서 다른 일로 넘어가기 전에 앞서 했던 일을 반성하고 각인시키는 행위는 통합된 삶을 보전하기 위해서 아주 중요하다.  "의식적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끊임없이 반응하면서 끌려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성취와경쟁을 가장 우선시하는 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는 상기훈련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하느님 시각에서 보도록 도와주기에 영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하물며 인생에서 몇 차례 올까 말까  한 체험을 했을 때(야곱의 경우처럼), 그 체험을 존재 깊숙이 각인시키고 곰곰이 바라다보는 상기 작업은 영적 성장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상기훈련을 가장 잘 산 분은 성모 마리아이시다. 그분은 귀한 영적 체험을 했을 때 언제나 그 체험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곰곰이 생각한 분이다. 베들레헴 목동들의 말을 들었을 때도(루가 2,19), 예수가 열두 살 때 성전에서 하는 말을 들었을때도 그렇게 하셨다 (2,51)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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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념의 인간 야곱중에서 / 송봉모 토마스모어 신부 (예수회/서강대 신학대학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