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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리는 남편, 매맞는 아내 그러면…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3 조회수643 추천수5 반대(0) 신고
 

              때리는 남편, 매맞는 아내 그러면… 


  부인이 나의 서재에 들어섰을 때, 그녀의 얼굴은 멍이 든 채 매우  상해 있었다. 그녀는 울면서 시도 때도 없이 남편으로부터 매를 맞는다는 사실과 아이들이 불쌍하지만 이혼을 하겠다며 하소연하였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나는 무엇보다 먼저 부인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녀와 아픔을 함께하고 좌절감으로 무기력해진 그녀에게 위로를 통한 희망을 심어주고자 같이 기도하였다.


  2남1녀를 둔, 40대 후반에 접어든 이 부인은 평소에 성실한 남편과 함께 나름대로 윤택한 생활과 열심한 신앙생활로 이웃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었지만 남편이 술만 먹으면 이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호탕한 성격에 열심히 사업하는 남편이지만 그가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시는 날이면 부부간에 폭력이 난무해 온 가족은 공포에 떨어야만 하는 상황이란다.  술만 먹지 않으면 그렇게 남자답고 착하기만 한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면서 눈물을 삼키며 말꼬리를 흐린다.


  나는 남편의 성장과정과 현재의 심리상태, 부부간에 발생하는 제반 상황 등을 이 부인으로부터 들으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몇 가지 대안을 마련해보았다.


  먼저 부부가 상담에 임하여 함께 심리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제안을  했다. 만약 남편의 동행이 불가능하면 부부가 ME교육에 참가하거나 단주 친목모임에 참여케 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이 부인에게 남편의 폭력주기를 깨뜨리기 위하여 당분간 집을 떠나있는 것 또한 좋겠다는 제안도 곁들였다.


  부산지역에 있는 ‘여성의 쉼터’에 가서 심신을 달랠 겸 남편을 떠나 있으면 그에게도 안정을 가져다주고 행동에도 변화를 가져올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인과의 첫 번째 상담은 내 제안에 대한 선택의 여지를 갖게 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주었다. 부인은 내 제안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면 2차 상담을 하기로 약속하였다.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는 부인의 뒤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들 가정을 위하여 이렇게 기도해 본다.


  하느님 아버지!

  한 인간이 만남의 행복을 통하여 부부가 되게 하셨습니다. 가정이라는 삶의 보금자리 안에 부부는 생명의 아들이고 딸인 자녀들을 바라보면서 당신을 그려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인연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삶의 공허한 실존적 방황과 아픈 눈물을 삼키는 안쓰러움이 그대를 가슴에 담고도 잘 살아가지 못함에 우리의 슬픔뿐입니다.


  하느님 아버지!

  그래서, 이 부인의 가정이 삶을 지고 번민하고 회의하여도, 우선은 모르는 척 해주십시오. 견디다 못해 팽개치고 숨어 버려도 아직은 무관심해 주십시오. 그 모든 행위 중에 지치고 지쳐 포기하려 해도 조금만 더 두고 보아 주십시오.


  그러다 스스로,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하거든

  주여 원하오니!

그때야 따스한 손으로 이 부인의 가정을 꼭 잡아 주십시오. 아멘. (R)

  ( http://my.catholic.or.kr/vegabond )


               - 조옥진 신부(부산교구 가톨릭 심리상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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