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예수님,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2 조회수822 추천수12 반대(0) 신고

                                                            

                                                                    세례자 요한   

 

 

                      예수님,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사람 참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내가 알코올 중독자였다가 술 끊은 사실은 대한민국 신자들이 다 아는 일인데 단주(斷酒)한 지  1년도 안돼 벌써 세 번째나 그약속을 깨고 또다시 슬타령에 빠진 나 자신을 망연자실한 채 바라보게 되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또 마셨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마시고 취하다 보니 “아, 내가 또 취했구나!‘라는 한탄과 자책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난 두 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한순간에 다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니, 세상은 멀쩡한데 내 인생이 그대로 부서지고 깨지는 허망함이 거기에 있었다.

   문득 나 같은 놈은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거짓말이나 일삼고 행실을 바르게 고치지 못하는 성직자는 일찍 죽어 지옥에 퐁당 떨어지는 것이 진정 교회를 위하는 일이라고 자신을 저주 하기도 했다.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강한 분노가 나를 자꾸 찌르고 때리며 괴롭혔다.


   그런데 또 하나 큰일이 생겼다.

   지옥도 급하고 고백성사도 급하지만 우선 화장실에 가서 일을 봐야 할 일이 아주 시급했다. 겨우 맥주 세 병에 이 모양 이 꼴이 된 나의 쇠약함이 처량하기도 했지만 잔뜩 팽만해진 아랫배의 사정으로선 금방 무슨일이 터질 것 같은 아주 절박한 예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는을 뜨고 보니 꿈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벌써 세 번째 똑같은 꿈을 꾸고 있는데, 하느님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 나 자신이 안심은 되면서도 기분은 사실 좋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지금껏 술에 대한 미련은 추호도 없었지만 문득 술로 인한 과거의 죄 때문에 보속하며 걸어가야 할 길이 얼마나 멀고 아득한가를 새삼 묵상하게 되었다.


   나는 남들처럼 꿈에 어떤 표정을 바라보지는 못한다. 가끔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있기 전에 꿈에 그 암시가 주어진다고 하지만 천성이 미련하고 둔한 내 머리에는 그런 차원 높은 꿈이 담겨지질 않는다. 노상 꾼다는 것이 말짱 개꿈뿐이었다.


   오죽하면 지금도 군대 가는 꿈을 꾸며 인민군과 싸우다가는 도망가서 들키는 그런 비열한 꿈도 꾼다. 꿈도 아주 생긴 대로 꾼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난 본래가 잠꼬대가 심한 사람이라 누구랑 함께 자려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번에 등산 갈 때는 꿈속에서 ‘순자씨’(?)를 찾는 바람에 내 소리에 내가 놀라 잠을 벌떡 깨게 되었다. 다행이 옆자리의 형제들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어서 위기는 모면했지만 까딱했으면 큰일날 뻔했었다. 꿈속에서도 주둥이가 자주 방정을 떤다. (R)


  “예수님, 꿈속에서 주님 이름 한번도 못 부른 것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 http://my.catholic.or.kr/vegabond )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세례자 요한 신부(소록도 본당 주임)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