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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14)/하느님이 정말 하느님이시라면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2 조회수619 추천수6 반대(0) 신고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 (14)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고통 앞에서

 

 "내가 왜 이렇게 시달려야 합니까? 당신이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나의 고통 소리를 못 들어서 지키는 겁니까? 귀머거리라서 지키는 겁니까? 아니면 고통 앞에서 당신이 무능력하기 때문에 그렇습니까?"

 

 "아니면 나에게 고통이 있는게, 이 고통 자체의 장본인이 당신이라는 겁니까? 당신이 바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었기 때문에 스스로 침묵하고 있는 겁니까?"

 

아마 이런 질문들이 수도 없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질문들이 나가게 될 때, 그 다음에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하느님이 정말 하느님이시라면..." 하느님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느님이 정말 하느님이라면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는가?"

 

 "어떻게 내가 어린 자식을 땅에다 묻어야 되는가? 어떻게 내가 불구가 돼서 살아야 되는가? 어떻게 세상이 이런 식으로 타락할 수 있겠는가? 하느님이 정말로 하느님이시라면 어떻게 저렇게 침묵을 지킬 수 있겠는가?"

 

하느님이 하느님이 아닌 것이지요.

 

제가 속해 있는 수도회, 예수회 수도원에서는 특별히 수련 받을 때, 일주일에 한 번 꼭 시립병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해야됩니다. 그래서 저는 영등포 시립 병원에 가서 행려 환자들을 돌보면서 지냈습니다.

 

월요일마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 까지 영등포 시립병원에 가서 행려환자들을 닦아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그렇게 합니다.

 

이 거리에서 헌평생을 살다 몸에 병이 들어서, 동상에 걸려서 썩은 몸을 가지고 이제 들어오게 됩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죠. 그 영등포 시립병원을 들어가기 전부터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못들어 갑니다. 코를 막고 들어가야 됩니다.

 

그런데 저보다 선배 신부님이신데, 그 당시 수사님이셨지요. 수련자로서 그 수사님의 이야기를 제가 하려고 합니다. 그 수사님께서 영등포 시립병원에 처음 간 날이었습니다. 간 날 이분이 홱 돌아버렸습니다.

 

가서보니 냄새는 역겨워서 견딜 수 없는데, 동상으로 다리를 완전히 밑에까지 다 잘라 버린 사람을 보았어요. 아주 꺽은 냄새가 나는데 이제 몸뚱아리만 달랑 있는 겁니다.

 

그런가하면 배가 아주 남산보다 더 크게 부풀어 올라서 숨을 헉헉 내리쉬고 있는 스무살도 안 된 젊은이를 보구요. 미치는 것이지요. 아무튼 하루를 견뎠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그날 거기에 갔다 오면, 저녁 때 기도 모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주일 동안 살아 왔던 그 삶에 대해서 통성으로 기도를 합니다. 촛불을 켜놓고 죽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하느님 앞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런데 이 수사님이 갑자기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십자가를 향하여 손가락질을 하더니 "이 개xx 십자가에 있지 말고 내려와, 내려와서 뭐좀 해봐 이 개xx."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털썩 주저 앉더니 엉엉 우는 겁니다.

 

 "이 개xx야, 십자가에 있지 말고 내려와서 뭘좀 해 봐."

 

고통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우리 안에 그 절실한 고통 앞에서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송봉모 신부님의 강의 테잎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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