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2006.6.30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2열왕25,1-12 마태8,1-4

                                                          

"치유의 전제조건"

매일 미사 때마다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처럼

엎드려 절하며 고백하고 미사를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바, 건강이겠지만

심신이 온전히 건강한 이들 퍽이나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삶의 목표는 건강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것입니다.

병을 통해 하느님을 만났다면, 그 병은 축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

나병이 아니었다면, 평생 주님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며,

나병은 물론 교만의 영적 병도 치유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는 나병환자의 모습,

그대로 믿음과 겸손의 표현입니다.
치유의 전제조건 믿음과 겸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진심에서 울어난 나병환자의 간절한 고백의 기도입니다.
삶의 여정 중, 병이나 재난을 만났을 때,

주님을 찾지 않아 불평과 원망, 절망과 좌절,

심지어는

저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사람들 얼마나 많겠는지요?

모든 질병이나 재난들, 하느님을 찾으라는 신호들입니다.
모든 기회들, 하느님 찾는 기회로 남김없이 활용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하느님께 이르는 삶의 여정이고,

이런 저런 시련을 통해 더욱 겸손해져 하느님께 가까이 이르면

삶의 목표는 달성되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마침내

주님의 권위 있는 말씀에 치유되어

제자리의 삶으로 복귀한 나병환자입니다.

어쨌든 주님은 우리 방식이 아닌 주님의 방식대로

우리를 좋게 인도해 주실 것이며,

우리 또한 주님의 뜻을 찾는 데 항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1독서의

이스라엘 임금, 치드키야의 엄청난 재앙과 비극,

상상하기조차 끔찍합니다.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는

치드키야의 아들들을

그가 보는 앞에서 살해하고 치드키야의 두 눈을 멀게 한 뒤,

그를 청동 사슬로 묶어 바빌론으로 끌고 갔으며

예루살렘 성벽을 돌아가며 허물었다 합니다.

과연 이 성경 말씀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무엇을 생각했을 까요?
자기네들의 죄악과 하느님의 심판을 읽었을 것입니다.
결코 하느님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입니다.

믿다가,

희망하다가,

사랑하다가 죽을지언정,

결코 믿음의 하느님을,

희망의 하느님을,

사랑의 하느님을 포기하지 않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이었습니다.

지옥 속에서도

하느님을 찬미한, 오롯한 믿음의 이스라엘 백성들이었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우리의 믿음과 겸손을 보시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치유해 주십니다.

우리의 병고를 떠맡으시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지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