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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 참으로 용하십니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9 조회수785 추천수8 반대(0) 신고

 

 

 

                                 예수님, 참으로 용하십니다!



   자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무슨 외로움 같은 것이 불쑥 찾아들 때가 있다. 대개 축일이나 어떤 행사가 지난 뒤에 집에서 혼자 놀러 지내는 날은 손에 안 잡힐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착잡하다 못해서 스트레스가 곱으로 쌓이게 된다.


   지난달 언젠가도 그랬다.

   비가 와서 등산은 처음부터 글렀고, 극장엘 가자니 볼 만한 것이 없었으며, 낮잠을 자자니 그건 또 비참한 생각이 들어 강당에서 피아노나 배우자고 체르니 7번을 펴놓고 두들겨 봤지만 신명이 나질 않았다.


   그것 참 묘한 일이었다.

   일이 많을 때는 바빠서 힘들다고 엄살 꽤나 떨었는데 막상 일을 끝내고 빈 시간을 갖고 보니 어떻게 주체할 줄을 몰라서 일 분, 일 초가 길고 지루하며 고달프기만 했다.


   정말 심심했다.

   올 전화가 없으니 갈 전화도 없었다.

   맘에 딱 잡히거나 사무치는 사람도 없었다.

   기분전환 겸 주방엘 가서 냉장고를 뒤졌지만 신통한 것이 없었고 오이 반 토막을 깨물다가 문득 수녀님들 생각이 났다.


   맞다!

   그래서 한 분에게 편지를 썼다.

   내용이 거룩하진 못했으나 보고 싶다는 말들을 골라 논스톱으로 내리 두 장을 써서 막상 봉헤서 부치려니까 웬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 박박 찢어 버렸다.


   일진이 참 더러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때.

   새벽부터 생안달을 하며 머리를 쓰고 몸부림을 친 것이 말짱 헛일이요  도로아미타불이었다. 이젠 세상만사가 다 귀찮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악 밖에 없었다. 어떤 놈이고 걸리면 한 방 날리고 싶었는데 문득 예수님 생각이 났다.

   하필 거기서 예수님이 나오다니!

   기도도 아침에 다 바쳐서 바칠 것도 없는데 내 성질 뻔히 아시면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신 것이었다.


   징하다. 징혀!(‘지겹다’는 전라도 사투리)

   할 수 없이 성당에 끌려가 그 양반과 눈싸움을 하니 웬지 마음이 평화로웠다.


  “예수님, 어떻게 그 감실에 혼자 진득하니 계신지, 참으로 용하십니다!”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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