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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택시기사 체험기<4> 황철수 주교님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15 조회수646 추천수5 반대(0) 신고

 

''남의 길''도 쳐다볼 줄 아는 마음
8. 택시비 깎아드릴께요

 밤 9시쯤,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가 택시에 올랐다. 용호동으로 가자고 하는 그에게 "퇴근하시나보죠?"하며 말을 걸었다.

 막노동으로 먹고 산다는 그는 평소 오토바이로 출퇴근 하는데 오늘은 술 약속이 있어서 오토바이를 아예 집에 두고 나왔다고 한다.

 그가 겸연쩍은 얼굴로 물었다.

 "용호동까지 요금이 얼마나 나올까요?"

 "글쎄요, 4~5000원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보다는 더 나올 것 같은데. 아무튼 수중에 8500원밖에 없거든요. 미터기가 8500원까지 올라가면 거기서 내려 주세요."

 "하하, 그보다 더 나오면 깎아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교통체증 탓에 용호동 입구에서 이미 5200원이 넘어섰다. 난 수중에 있는 돈만큼 타고 가려는 아저씨의 촌스런(?) 마음에 반했다. 그래서 "손님한테는 특별히 5000원만 받을 테니 걱정말고 앉아 계세요"라며 미터기를 꺼버렸다.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그러면 경우가 아니니 저 앞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그는 내리면서 6000원을 떠맡기듯 건넸다.

 "아저씨, 미터기로 해도 이렇게 안 나와요. 1000원은 도로 갖고 가세요."
 "아닙니다. 6000원은 충분히 나오죠. 택시운전해서 얼마나 번다고 요금을 깎겠습니까."

 그는 고개를 몇 번씩 숙이면서 인사를 한 뒤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쌓인 피로가 눈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저 양반은 어디서 저토록 선한 마음을 수양했을까?''

 순수하고 정직한 우리 이웃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전 세계가 알아준다. 머리 좋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만큼 선한 마음과 바른 자세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다. 삶의 자세나 정신 수양과는 동떨어진 지식위주 교육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9.행복한 아주머니

 중년 여성을 태웠다. 조금 가다보니 두 사람이 손을 번쩍 들어 택시를 세우려고 했다.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뒷좌석 아주머니가 "난 조금 더 가면 되니까 저 사람들을 태우시죠"하는 게 아닌가.

 아주머니는 앞좌석으로 옮겨타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조금 더 가 기본요금밖에 나오지 않는 곳에서 택시를 세웠다. 나는 고마운 마음이 들어 1000원만 내라고 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2000원을 내고 거스름돈도 사양했다.

 택시운전도 치열한 경쟁업종이다. 승객을 먼저 발견하고,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면 한치 양보없이 차를 몰아야 한다. 택시운전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1초라도 뒤지면 손해''라는 냉엄한 현실이다. 경쟁에 밀리지 않으려면 내 위주로 생각하고, 내 위주로 차선을 잡아야 한다.  

 오늘 도심에서 치열한 생존경쟁 체험을 하는 동안 그 아주머니를 여러 번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길만이 아니라 남의 길도 쳐다볼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믿음을 갖고 살면 세상 어떤 독으로부터도 해를 입지 않는다(마르 16, 18)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 자신을 포함해 우리 모두는 믿음이 약하기에 세상 독에 너무 쉽게 해를 입는다. 미움의 독, 허영의 독, 자만심의 독… 모두 자신의 길만 고집하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잃는다. 또 그 때문에 고독해진다.

 하느님은 사랑 그 자체이다. 그래서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랑의 시선''으로 살다 십자가에 못박히기까지 하셨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랑의 삶''을 믿는 것이다.

 사랑의 삶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고, 세상 온갖 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그 아주머니는 독에 해를 입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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