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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을 죄인?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9 조회수891 추천수11 반대(0) 신고

                  

 

 

                      죽을 죄인?



  "신부님, 저는 죽을 죄인입니다. 저는 사람도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제 시어머니가 죽기를 원했습니다."


 "시어머니가 무슨 큰 잘못을 하셨나요?"


 "아니요, 시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져 지금까지 누워계셔서 제가 병수발을 들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돌아가시지 않는 시어머니가 밉고 때로는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듭니다. 이런 제가 너무나 싫은데 시어머니께 잘해 드리고픈 마음이 들지를 않습니다. 저같은 것은 하느님이 용서하지 않으시겠죠?"


 "그렇게 병수발을 하신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10년정도 됩니다."


 "10년이요? 아이고 정말 고생많으셨군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지만 10년이면 아주 긴 세월을 고생하셨습니다."


 "주위에서는 제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그저 제 겉모습만 보고 효부라고 칭찬하는데 그 소리를 듣는 것이 참으로 힘들기만 합니다. 저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자매님, 사람의 인내심은 기껏해야 6개월입니다. 그런데 자매님은 친어머니도 아닌 시어머니를 10년이나 모셨으니 효부 소리를 들어 마땅합니다. 자매님은 절대로 죄인이 아닙니다. 사람 몸의 힘이 한계가 있는 것처럼 마음 역시 그 힘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 힘의 한계를 넘어서면 제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음에서 온갖 흉한 생각들 감정들이 올라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마시고 좀 쉬엄쉬엄 사시길 바랍니다. 특히 그렇게 오랜 간병을 하는 분들은 꼭 정기적으로 바람을 쐬러나가셔야 합니다. 그렇지않으면 누워계신 분보다 먼저 돌아가실 지 모릅니다."


 "신부님 말씀은 이해가 갑니다만, 저같은 죄인이 쉴 자격이 있나요?"


 "자매님이 쉬지 않으면 피곤이 쌓이고, 피곤이 쌓이면 짜증이 나고 짜증은 시어머니에 대한 분노로 바뀝니다. 따라서 자매님이 쉬는 것은 바로 시어머니를 위한 것이니 피곤할 때는 다른 분들에게 맡기시고 바람을 쐬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여전히 자신을 자책하면서 떠나는 자매의 뒷모습이 몹시도 답답하더군요. 사람 마음이나 몸은 그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사람은 대개 이성을 잃고 평소에 보이지않던 좋지않은 행동을 보입니다.


 따라서 자기 힘에 부칠 때는 일단 쉬면서 힘을 재충전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이겠지요.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상계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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