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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38) 쉼의 의미 / 전 원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0 조회수846 추천수10 반대(0) 신고

 

 

                                          쉼의 의미

 

                                                               전 원 바르톨로메오 신부님

 

저의 이름자(字) 덕분에 저의  일기(日記)를 두고 '전원일기'라고 부릅니다.

게으른 탓에 제대로 일기를 쓰지 않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써 놓은 일기장에서 언젠가 써 놓은 졸시 한편이 눈에 띄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어느 여름 날, 휴가를 대신하여 시골 조용한 수도원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수도원 창가에 기대어 주섬주섬 생각나는 대로 일기장에 적어 본 글입니다.

 

수도원을 휘둘러 싸고 있는 푸른 산을 배경으로 창밖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부러웠습니다. 저 나무는 아무런 고뇌도 아픔도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자연의 섭리에 자신을 맡기고 서 있는 모습.

 

저렇게 나무처럼 우리 인간도 자신을 온통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고 산다면 삶에서 오는 두려움도 고뇌도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한자에서 '쉴  휴(休 ) 자는 인간(人)과 나무(木)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입니다.

상형문자 2개를 합쳐 만든 이런 모양은 인간과 나무가 친구처럼 자연의 섭리 안에 함께 서 있을 때 쉼(休)을 이룰 수 있다는 재미있는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실 창세기에 잘 드러나 있는 쉼의 의미는,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 쉬면서 우주 만물과 인간이 생겨난 본연의 관계와 의미를 깨닫고 더불어 살아갈 새로운 힘과 지혜를 얻는 데 있습니다.

 

다시 말해, 6일간의 창조는 이렛날 하느님의 쉼 안으로 수렴되듯, 참된 쉼은 단순히 고단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으로 돌아가 그분께 우리 자신을 온통 내맡기는 것입니다.

 

'보시니 좋은 나'를 창조하셨기에 마침내 모든 것을  선(善)으로 이끌어 주실 하느님을 믿으며 한 그루의 나무처럼 대자연 안으로 나를 내려놓는 것이 '쉼의 시간'입니다.

 

휴식의 계절을 맞으면서 '전원일기'의 한 귀퉁이에서 찾아 낸 어쭙잖은  졸시(拙詩) 한 편이 쉼의 의미를 더 깊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

 

빗소리를 들으면

내 안에 비가 내리고

바람소리 들으면

내 안에도 바람이 일어난다.

바닷가에 서면

내 안에 파도가 일렁이고

산 위에 서면

푸른 산자락이 내 안에 드리워진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내 마음 창에도 별이 뜨고

달빛이 밝은 날은 내 마음 창가에

달이 떠 있다.

 

이 작은 몸뚱어리 하나에

이렇게 온 우주가 담겨 있으니

이 놀라운 존재의 기적 앞에

무엇을 더 말 할 수 있겠는가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하느님이 이렇게

내 안에 비와 바람을 주셨으니

비가 내리면 마음의 밭을 일구고

바람 불면 희망의 씨앗을 뿌리면 되지.

하느님이 이렇게

내 마음 안에 낮과 밤을 주셨으니

수고로운 낮이면 쉼의 밤을 기다리면 되고

시름에 잠긴 밤이면 동터오는 새벽빛을 기다리면 되지.

 

하느님이 우주를 섭리하시듯 나를 섭리하시니

해처럼 달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냥 내어 맡기고 살면 되지.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신이 나면 춤을 추고 외로우면 노래를 불러.

그것이 바로 대자연인걸

그것이 바로 나인걸.

 

    말씀지기 주간 : 전 원 신부님의 편집자 레터  전문(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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