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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욕(無慾)의 지혜 ----- 2006.7.19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9 조회수618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6.7.19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이사10,5-7.13-16 마태11,25-27

                                                      

 

 

 

 

 

"무욕(無慾)의 지혜"

 



얼마 전 미사 중의 순간적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아, 이제 기억력도 떨어지고...

  머리 좋아지길 기대하긴 힘들겠구나.
  머리 대신 마음 좋아지는 일에,

  믿음, 희망, 사랑, 겸손, 지혜 등 덕목을 키워가는 데 힘써야 되겠구나.

  나이 들어 조금씩 퇴화되어 가는 신체의 기능을 안타까워할게 아니라

  속사람을 키워가야 되겠구나.

  몸의 눈이 어두워 갈수록 마음의 눈을 밝게 해야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하느님 떠난 머리 좋은 똑똑한 바보들이 세상을 망치고 있습니다.
외적으로야 발전이지만

하느님의 눈으로는 한정적인 자원을 고갈시킴으로

자기 무덤을 파는 현대 문명입니다.

 

편리와 신속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삶이

알게 모르게 인간의 내면을 천박(淺薄)하게 만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 졌습니다.”


여기서

지혜롭고 슬기롭다는 자들이 지칭하는 대상은 바리사이와 율사들입니다.
외관상 하자 없는 똑똑하고 유식한 자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진정 지혜롭고 슬기로운 자들이 아닙니다.
자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탐욕이 마음의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부지들이 지칭하는 대상,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선 무욕의 사람들입니다.


알고 보면 여기서 철부지들은 실속의 본질을 사는 지혜로운 이들이요,

지혜롭고 슬기롭다는 자들은 허상을 사는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욕심이 사람을 어리석게 만듭니다.
욕심 없어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보는 지혜입니다.
무욕의 지혜입니다.


탐욕 덩어리라 정의할 수 있을 만큼,

무한한 탐욕을 지닌 인간들입니다.


탐욕이 눈을 가려버려

학식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리석은 사람들로 만듭니다.


똑똑한 머리와 그 많은 학식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눈을 가려 패가망신 하는 이들이나

노추(老醜)의 말년 인생 보내는 이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 마음 가난한, 무욕의 겸손한 사람들이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도 이들을 알아주십니다.
공부나 머리 부족해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도달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하느님 진노의 막대인 아시리아 임금이 왜 하느님으로부터 버림 받았습니까?

교만 때문이었습니다.

자기로 가득 찬 탐욕 때문이었습니다.

 

독서 중 확 눈에 띈 대목입니다.
“나는 내 손의 힘으로 이것을 이루었다.

  나는 현명한 사람이기에 내 지혜로 이루었다.”
눈에 거슬리는 ‘내’라는 단어입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아시리아 임금은 나로 가득 찬 똑똑한 바보, 정말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똑똑한 바보들에 대한 결론과도 같은 이사야의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주 만군의 주님께서는

  그 비대한 자들에게 질병을 보내어 야위게 하시리라.

  마치 불로 태우듯 그 영화를 불꽃으로 태워버리시리라.”


아니 하느님을 잊고 끝없는 탐욕의 노예 되어 사는

모든 현대인들에 대한 예언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무지(無智)한 현자,

무식한 유식의 철부지 사람들이 새 시대의 주인공들입니다.


문득 계간지 ‘녹색평론’ 89호 책

머리말 마지막 말이 화두처럼 남아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진보가 아니라 개안(開眼) 혹은 회심(回心)이다.”


너무나 외적 진보라는 허상에 홀려 살고 있는 현대인들입니다.
진보가 아닌 개안, 혹은 회심의 철부지 사람들만이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겠습니다.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이

우리를 무아의 겸손한, 무욕의 지혜로운 철부지 사람들로 만들어 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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