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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난 이제 입 씻었습니다!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9 조회수1,018 추천수8 반대(0) 신고

 

 

 

                       난 이제 입 씻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난 알코올 중독자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심각한 병으로서 내 평생에는 결코 치료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에겐  약이 없다. 아무리 의학과 기술이 발달된다 해도 한 번 알코올 중독이 되면 평생 중독이 된다. 1년을 끊든 10년을 끊든 다시 마시면 도로 알코올 중독이 된다. 그러니까 안마시는 것만이 최상책이며 이런 상태를 ‘단주친목’에서는 ’진행성 알코올 중독‘이라고 한다.


   “한잔은 너무 많고 천잔은 부족하다”는 말이 있다. 사실이 그렇다! 중독자에겐 한잔을 포기해야지 그 유혹에 떨어지면 천잔이 부족할 정도로 자기조절이 불가능하게 된다.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술을 끊었다. 그것은 나의 주님과 약속이었으며 그리고 성소를 목에 건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런데 꼭 2년 후, 방학 때  어떤 임원의 강압에 못 이겨 꼭 한잔을 마신 것이 화근이 되어 2년을 계속 마셔야만 했다.


   중독자에겐 술의 조절이 자기 의지로써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또한 이성을 거기에 결부시켜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알코올 중독은 병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술을 스무 번도 더 끊었으나 나는 번번이 다시 마셨다. 그렇다고 손을 덜덜 떨면서 매일 마시는 것은 아니다. 한 주일 혹은 한 달에 한 번 마실 때도 있지만 어김없이 나는 과음을 하며 헛소리와 구토와 기억상실 등이 종종 따라 다녔다.


   생각하면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알코올 중독인 줄도 모르고 술을 마시고 있는지 모른다. 사실 나도 30년을 그렇게 마신 사람이다.


   알코올 중독은 병이다. 그래서 중독자를 나무라기만 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더 이상 자기조절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감기 걸린 자에게 “왜 기침하느냐?”고 나무랄 수 없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주위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제일 좋은 방법은 ‘단주친목모임’에 참석하는 것이다.


   말은 함부로 할 것이 아니지만, 지난달에 둑이 펑 뚫리도록 한차례 마신 뒤로는 이젠 술에 대해서 종지부를 찍었다. 물론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지만 한때는 “한잔먹자, 강길웅!”이라는 말이 내 이름이었다. 그렇게 술을 좋아했으며 내가 있는 곳엔 항상 술자리가 웃고 있었다.


   며칠 전엔, 수녀가 된 옛날 성가대원이 찾아와서는 “지금도 술 많이 마시세요?” 한다. 그러면서 질문하는 표정이 “제 버릇 어디 개 주겠느냐?” 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나는 대답대신 한바탕 크게 웃으면서 어떤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크게 느꼈다.


   “난 이제 입 씻었습니다!

   하느님께 거듭 자랑하고 싶다.

   그리고 독자에게도 한마디 묻고 싶다.

   “여러분은 중독이 아닙니까?”

 

   세상에는 알코올보다 더 무서운 중독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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