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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식 나눔 사목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9 조회수539 추천수5 반대(0) 신고

                 

                           음식 나눔 사목


 수원교구에 있는 성남 메리놀팀에서 일할 때, 우리 팀은 도시빈민사목, 노동사목, 의료사목, 그리고 피정 지도를 했다.


 또 다른 중요한 사목으로 '음식 나눔 사목'이 있었다.


 그 당시 사제, 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된 우리 팀원들은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했다. 어느 날 내 차례가 돼 고등어조림을 하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요리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때마침 대문에서 "신부님, 계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본당 여성 신자였다. 그는 우리 집 앞을 지나다가 인사차 들렀던 것이다.


 그날 따라 그 여성 신자가 더 반가웠다. "마침 잘 오셨어요. 잠깐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나요? 고등어조림을 하려고 하는데 요리법을 잊어버려서요. 좀 도와주세요."


 그 여성 신자는 기쁜 마음으로 요리법을 가르쳐 준 뒤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아마 그는 사제인 나를 도와주었기에 기분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는 사제가 공동체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나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 것이 놀라웠을지도 모른다.


 서툴지만 식사 준비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기쁨을 배웠다. 내가 잘 만드는 음식은 시금치 무침, 두부 부침, 콩나물국, 수제비, 생선구이다. 특별한 날에 먹는 삼계탕도 있다.


 그 지역 신자들은 우리 팀이 스스로 요리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김치나 특별한 메뉴가 있을 때는 우리에게 나눠 주었다. 때로는 우리가 만든 음식을 같이 먹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음식을 나눔으로써 사목을 했다.


 예수께서는 음식을 통해 많은 사목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예수와 그 제자들은 때때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 남성과 여성, 죄인과 의인 모두를 포함하는 식사를 마련했다. 어떤 때는 집안에서 잔치를 했고, 어떤 때는 밖에서 5000명이나 4000명이 같이 음식을 나누었다.


 그리고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께서는 시중들고 섬겼으며(루카 22,27),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고, 음식을 나누는 동안 그들과 깊은 나눔을 가지셨다(요한 13-17장).


 매일 미사의 성찬례를 통해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가장 깊은 사목의 하나가 '음식 나눔 사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음식 나눔 사목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늘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다.

 

                       

 

                           - 하유설 신부/ 메리놀외방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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