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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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저씨, 나하고 똑같이 생긴 놈 봤어요?"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8 조회수769 추천수7 반대(0) 신고

                           

                            

 

                   "아저씨, 나하고 똑같이 생긴 놈 봤어요?"



우리 본당 어린이미사는 심하게 표현하면 시장판에 가깝다.

어쩌다 한번 생각없이(마음의 준비없이) 어린이미사에 참여해 본 어른들이라면 대개가 다 기겁(?)을 하는 눈치다.


더러 걱정어린 눈빛으로 “신부님, 힘드시겠어요”라고 위로해 주는 분들이나

“신부님, 좀 교육시켜야 되는 거 아니에요?”하며 나를 먼저 은근히 교육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게 동네 시장판이지 무슨 미사냐는 생각일 게다.

때로는 나도 미사가 끝난 다음 제의실로 들어와서

‘내가 미사를 하긴 한건가?’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처음엔 나름대로 아이디어랍시고 ‘옐로우 카드 제도’를 시행해 보기도 했다.

미사중 떠드는 녀석들에게 16절지 노란종이를 주면서 반성문을 쓰고

부모님의 사인을 받아오게 하고 세 번 이상 걸리면 부모님을 모시고 오게

한다고 했다.


결국 누가 이겼을까?

물론 내가 졌다.

그 제도마저 포기한지 오래 되었으니까.


한가지 내 자신에게도 궁금한 것은 평소에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떠들고

예의바르지 못하면 참 기분이 언짢아짐에도 불구하고 미사시간에

난장판인 어린이들에겐 왜 짜증이 나지 않느냐는 것이다.

아니 아무리 망나니짓을 해도 나와주는 자체가 참 대견하고 고맙다.


작년 본당에서 대대적으로 ‘새로운 양 찾기 운동’을 할 때

단연 선교의 기수는 어린이들이었다.

공책 한 권과 미사 때 박수받는 유혹(?)에 어린이들은 신나게 학교에서

‘새로운 양’들을 잡아(?)온다.

오다가 도망갈까봐 손목을 꼭 붙들고.


그 아이들이 미사에 제대로 참례할리 없다.

그래도 신기해 하고 재미있어 하고 열심히 다니겠다는 녀석들이 있는데,

어떻게 분위기를 공포적, 권위적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미사가 끝나면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녀석들은 나라는 존재를 참 신기해

한다. 

“아저씨, 누구예요?”

“근데 아저씨는 왜 치마입었어요?”

“왜 우리 머리 만져줘요?” … 등등.


더 만져달라고 머리디미는 놈이나 치마 들추고 똥침놓겠다고 발악하는 녀석들도 있다.  

이 아이들을 다 내가 교육시켜야 되나?


얼마전 마당에서 한 녀석이 내게 와 당당히 물었다.

“아저씨, 나랑 똑같이 생긴 놈 봤어요?”

쌍둥이가 제 짝을 찾는거다.


“못봤어 임마!” 대답하고 난 뒤 한대 쥐어박았다.

속으로 “이놈아, 네가 하루이틀 성당에 나온 것도 아닌데 너마저 내가

아저씨냐?  하면서.....

 

이제 교육도 좀 하고 내가 신부라는 것도 똑똑이 알려야겠다.

그리고 어떻게 이놈들을 꼬셔서 또 ‘새로운 새끼양 찾기운동을 해야하나’

하는 것도  요즘 ‘제2차 새로운 양 찾기운동’을 하면서 시작된 나의 고민

이다. 

 

찾아올 새 폭군들, 점차 더 난장판이 되어갈 것 같은

어린이미사를 설렘과 두려움으로 기대해 본다.



                                  - 박유진 신부(인천교구 소사3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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