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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괜히,성사 보라 하지 마십쇼!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7 조회수952 추천수10 반대(0) 신고

               

 

                                  괜히,성사 보라 하지 마십쇼!



   주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은 일요일과 월요일이다. 내게는 주일이 장날이기 때문에 미사 중에 강론하는 것이 즐겁고 신자들 만나는 것이 기쁘며, 월요일은 또 나에겐 휴일이기 때문이다. 난 사실 그 이틀의 즐거움 때문에 나머지 닷새를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월엔 영암 월출산에 올라 봄 산행을 혼자 즐긴 일이 있었다. 월출산은 원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명산이라 같은 코스로 몇 번을 올라도 질리지 않으며, 그날은 특히 절벽과 바위 사이에서 절묘하게 피어 있는 진달래가 실로 일품이었고 가경이었다.


   산은 오를수록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높은 등성이를 오를 때는 힘도 들지만 사제로서 걷는 길이 그와 비슷하기 때문에 묵상도 되며 교훈도 얻는다. 그리고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속세의 먼지를 털 때의 그 개운하고 상쾌한 맛은 산을 모르는 자는 알 턱이 없을 것이다.


   나는 또 영화를 좋아한다. 산에 못 가는 날은 극장엘 가며 어떤땐 하루에 두 가지를 다 즐길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아주 일진이 좋은 날이다. 그러나 이곳 함평엔 극장은 있으나 관객이 없기 때문에 연중휴업인 것이 흠이다.


   사실 신부가 영화관에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가 혹 애정물일 때는 남몰래 혼자 들어가기도 뭣하며 그렇다고 동행을 하자니 그건 더 애매하고 복잡해서 좋은 영화를 아깝게 놓쳐 버릴 때가 종종 있게 된다.


   그런데 그날은 그게 자유로웠다.

   산행을 일찍 마친 나는 갑자기 영화 생각이 나서 귀가길에 목포로 돌아 극장을 찾았더니 마침 ‘사랑과 영혼’이 막 개봉되어 상영 중이었다. 나는 등산복 차림에 모자까지 푹 눌러 썼기 때문에 아주 당당하게 입장해서 자신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사랑과 영혼!’

   이것은 내가 광주에서 놓쳐 버린 것으로 애를 제법 태운 영화였다. 그런데 그날 목포에서의 해후는 실로 놀라운 기쁨이요 은혜였다. 늘 그랬듯이 나는 연속 두 번을 관람했으며 전에 막연한 감정으로만 듣던 ‘언체인 멜로디’가 그렇게 감미롭고 애절하며 영혼의 아름다운 목소리인 줄은 정말 몰랐었다.



   문제의 그 멜로디는 두 연인의 러브신에서 흐르게 된다. 그러나 내 관심사는 그 장면들이 아니고, 우리가 기도할 때 자주 하느님을 느끼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그 멜로디에 있다는 것이며 또한 답답하고 어려울 때 주님의 옷깃이라도 붙잡고자 하는 애절한 몸부림이 그 노래에 실려 있다는 것이다.


   “그대의 손길이 그리웠소.”

   죽은 자가 산 자를 터치하고픈 그 갈망을, 내영혼이 하느님을 갈구하는 목소리로 계속 착각했다.

   좌우간 그 날 신나게 울었다.


   “예수님, 러브신 볼 때 전 딴 생각 안했습니다. 괜히, 성사 보라 하지 마십쇼!”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

 



Kenny G - Unchained Mel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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