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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좁은 문" (2006.6.27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7 조회수680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말씀)

 

 

 

 

 

2006.6.27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2열왕19,9ㄴ-11.14-21.31-35ㄱ.36 마태7,6.12-14

                                                                  

 

 

 

 

"좁은 문"



아주 오래 전에 들은 말이 생각납니다.
동료 교사였던 그 분의 딱하다는 듯한 눈빛도 잊지 못합니다.


“선생님, 왜 그렇게 어렵게 살아가십니까?
  쉽게 살아가실 수는 없습니까?”


당혹스런 질문이었지만,

즉시 나온 저의 다음 답변에 내심 만족했습니다.


“저에게는 이게 쉽게 살아가는 길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 수도생활 어렵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 같습니다.
수도생활이 쉽고 편하며 인기 있는 분야의 삶이라면,

아마 성소자들은 구름떼같이 몰려들 것입니다.

 

비단 수도생활뿐 아니라

참으로 진지하게 구도의 길을 가는 형제자매들은

자발적으로 좁은 문을 선택합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에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로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


꼭 수도생활을 두고 하는 말씀 같기도 합니다만,

충실히 주님을 따르는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해당되는 말씀이겠습니다.


쉽고 편한 욕망 따른 이기적인 삶,

멸망에 이르는 넓은 문이요 대부분 사람들의 보편적 경향입니다.

 

자본주의 인스턴트 문명이

더욱 ‘넓은 문’으로의 삶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점차 얕고 가벼워지는(淺薄) 사람들의 마음에 언행입니다.


우리의 삶, 하느님께 이르는 내적 순례여정의 삶입니다.
온갖 좁고 험한 길을 가면서 내적으로 깊어지고 넓어져

마침내 하느님을 만납니다.


이런 좁은 문의 삶의 여정 중에 피어나는 참 기쁨입니다.

빠르고 쉽고 편한 순탄대로의 여정이라면,

그 삶 가볍고 얕아서

결코 ‘참 나’도, ‘참 하느님’도 만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이르는 생명의 문, 생명의 길, 결코 막연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삶이요,

말씀과 규칙을 지키려는 노력에 깨어있는 삶을 뜻합니다.

 

우리의 정주와 수도승다운 생활,

순종의 3대 서원이 바로 생명에 이르는 좁은 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오늘 복음 환호 송 말씀처럼,

세상의 빛이신 주님 친히 우리의 안내자(guide) 되시어

좁은 길을 인도해 주십니다.

이래서 주님과의 대화의 기도가 필수입니다.
1독서에서 히즈키야의 기도에 응답하여

아시리아 임금 산헤립으로부터 그를 구원해 주신 하느님은

역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이런 기도를 통해

주님으로부터 받은 분별의 지혜가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진주를 돼지들에게 던지는 우(愚)를 범하지 않게 합니다.

 

남이 우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줄 수 있는 아량도 생기게 합니다.


매일 미사 은총으로

오늘도 우리는 생명의 좁은 길을 기쁘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밖에서 볼 때 좁은 문, 좁은 길이지,

안에서 보면

점차 넓어져 가는 생명의 문, 생명의 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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