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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야, 임마! 네가 신부냐?..... [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7 조회수1,092 추천수8 반대(0) 신고

 

 

    신부의 꽃은 본당신부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본당신부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본당신부가 되면 온갖 열성을 다해 신자들을 위한 일을 추진하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회합을 주도하며 술판도 벌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신자들은 젊음에 불타는 시행착오를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급기야 이것저것

"안됩니다.  다음으로 미루시지요!" 하며 제동을 겁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오기가 생겨서 더 고집하고 밀어붙입니다.

 

신부는 대장이니까요.

감히 평신도가  '뭐? 본당신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해? 따라오면 되지.'

건방지게 내심 이런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밉기까지 하고,

회합할 때  은근히 빠져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그런날 중요안건을 결정해서 입을 막아버리려 하는데

꼭 참석을 하니 꼴보기 싫었습니다.

'저놈은 몸살도 안 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공소에서 승격된지 2 년이 채 안된 본당이지만 본당신부 발령을 받고

열성을 다하리라, 마음껏 뛰어보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경륜이 많으신 전임 신부님 때문에 도무지 빛이 나질 않았습니다.

열심히 해도 어린아이 취급을 하니 답답했습니다.

 

은연중에 자기들이 결정하고 원하는 대로 따라오길 바라니 화가 납니다.

말끝마다 ' 전에는 이랬는데.' 할 때는 정말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전에는 그랬지만 지금 본당신부는 나란 말이야!   무슨 소리 하고 있어!'

속으로 외치기도 합니다.

 

어느날 강론 때 그랬습니다.

'본당 수녀원을 건축하는데 적극 협조를 해주십시오.  특별히 공소 신자분들도

기금을 적립한 것이 있으면 우선 본당을 위해 모두 봉헌해 주십시오.

그러면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채워 주실 것입니다.

몽땅 내놓으십시오!'

 

며칠 뒤,

공소 신자분들이 식사대접을 한다 해서 나갔는데..

한참 술잔이 오가더니만 난데 없이

" 야,  임마!  네가 본당신부냐?  신부면 다냐!  니 마음대로 다하냐?"

참으로 당혹스럽고 얼떨결에 당했습니다.

 

그래서 맞받아 쳤습니다.

"그래 임마!  나 신부다!  신부 알기를 우습게 아냐?  신자면 신자답게 살아야지.

술 한잔 했다고 그러면 되냐?"

 

옆에 있던 신자들이 그 형제에게 신부님께 그러는게 아니라고 말렸지만..

속으로는 자기들을 대변해 주어서 고맙다는 눈치입니다.

'그래, 너 잘했다!'

박수 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술맛이 뚝 떨어졌습니다.

"회장님,  그만 갑시다."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너무 분한 마음에 며칠동안 잡히는 게 없었습니다.

'온갖 정성을 쏟았는데 이게 뭐야!  신부에게 그럴 수가 있는거야?'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미워질 뿐입니다.

'네가 신부에게 그래놓고 편히 잘 있나 어디보자..'

 

감실 앞에 앉아도 그놈이 자꾸 떠오릅니다.

"주님!  이럴 때는 어쩌지요?  주님 말씀 좀 하십시오"

씩씩거리기를 며칠,  감실의 예수님께서

" 너는 내 마음을 아니?  너.. 신부라고 폼잡다가 한 방 맞고 뭘 그러냐?

   너 신부 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하시는 겁니다.

 

그때 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품으셨던 마음을 여러분의 마음으로 품으십시오.'

                                                                                                               (필립 2,5)

서품 때 선택했던 말씀을 찾아 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도 참 못된 놈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커녕 미움을 키워가고 있었고 먼저 용서를 청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으니까요.

 

삶의 경륜을 무시하고 자기 고집대로 살려고 했으니 부끄럽습니다.

 

형제에 대한 미움 때문에 주님 앞에 선 것이 은총이고 복입니다.

그 형제가 은혜의 도구였습니다.

그가 아니였다면 아마도 더 교만해지고, 하고 싶은 것이면 무엇이든지

우격다짐으로 밀어부쳤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오늘도

"야!  임마!  네가 신부냐?"

하는 소릴 얼마나 더 듣고 있을는지..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자를 견책하시고 아들로 여기시는 자에게

매를 드신다'(히브리12.6) 하셨는데,

견책의 도구로 그 형제을 축복해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오늘,

그형제에게 기쁨의 전화를 할 수 있는 은총을 주셔셔 고맙습니다.

주님의 이름은 찬미를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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