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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부님, 나 어서 죽게 해줘요!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8 조회수1,031 추천수10 반대(0) 신고

                                

 

 

                  신부님, 나 어서 죽게 해줘요!


   봉성체를 다니노라면 불쌍한 노인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마을이 노안(老安)이라서인지 아흔이 넘으신 분, 아흔이 가까우신 분들이 수두룩하니, 진정 ‘가실 날’을 은총으로 아시는지 어서 죽기만을 고집하신다.


   “그래도 살아 계신 것이 은총입니다.”

   듣지도 못하시는 노인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소리치지만 할머니는 그저 “신부님, 나 어서 죽게 해줘요”라는 말씀만을 거듭하신다.


   “하느님이 불러야 가시지 우리 맘대로 못 가셔요!”

   공연히 또 소리를 질러 보지만 할머니를 달래는 신부의 마음도 답답하기만 하다.

   “영성체 하게 ‘하늘에 계신’ 해봐요!”

   “안 할려!”

   “왜 안해요?”

   “신부님이 자꾸 와서 영성체 해주니까 사람들이 날 보고 안 죽는다고 해!”

   “영성체 안 하시면 배고파서 천당에도 못 가셔요!”

   이렇게 저렇게 해서 간신히 빠져 나오고 나면 다른 집의 할머니가 또 같은모습으로 나를 기다리신다.

  

   “신부님, 나 어서 죽는 성사 좀 봐줘요!”

   “그런 성사가 어디 있어요?”

   “신부님이 성사 잘 주면 일찍 간다고 합디다. 난 언제 갈께라우? 난 언제 갈께라우?”

   아흔네 살의 할머니는 ‘죽는 성사’ 달라는 말씀만을 노래하신다.

   “정말 돌아가시고 싶으면 약이라도 드릴까요?”

   누군가가 옆에서 농담으로 물으면 그 소리는 또 못 들은 체하시며 딴 말씀만 하신다.


   아흔이 되었어도 건강하신 분들도 많다. 문밖 출입도 꽤 하시며 동네 소식은 앉아서도 다 알고 계신다. 그런 분들은 또 음식을 잘드시기 때문에 없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


   “진지는 잘 잡수셔요?”

   “응, 그런데 못 먹는 것이 둘 있어!”

   “무엇을 못 자셔요?”

   “없어서 못 먹고, 안줘서 못 먹어!”

   “..........!”

   딱하고 불쌍한 마음에 그저 웃기만 하노라면 할머니는 또 “이젠 먹다 먹을 것이 없어서 귀까지 먹었어!” 하시면서 잘 안 들린다는 귀를 붙잡고 재롱(?)을 떠신다.


   “신부님의 어머니는 올해 몇이셔?”

   “예순셋이요.”

   “아직도 한창이구먼.”

   우리 본당 노인들 한테 60대, 70대는 노인 축에 끼지도 못한다.

   “일흔아홉까지는 괜찮해라우!”

   한 살 차이 가지고 큰소리치신다. 노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은총이다. 그러나 삶 모두를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더 큰 은총이 필요하다. 가난과 질병, 고통과 눈물, 이 모든 것들이 은혜의 십자가인 줄 알지마는 그 십자가의 삶을 산다는 것은 죽고 싶을 정도로 고달플 때가 있는 것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도 기억해야겠지만 아직 세상연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도 존경과 사랑의 도움이 있어야 하겠다.


   “나 어서 죽게 해줘요!”

   죽고자 하는 노인 마음에는 살고자 하는 염원이 더 큰 것이다. (R)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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