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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의 뿌리 - 7.2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30 조회수359 추천수3 반대(0) 신고

2011.7.29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나자로 기념일

1요한4,7-16 요한11,19-21

 

 

 

 

믿음의 뿌리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이게 하느님의 정의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물같이 곳곳에 스며들어 생명을 주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제가 잠시 미국의 성 요한 수도원에 몸담고 있을 때의

잊혀 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습니다.

가끔 친절하고 따뜻한 수사님들의 초대에 그분들의 방을 찾을 때입니다.

 

공통적인 것은 수사님들의 책상위에나 벽에는

정다운 모습의 가족사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당시는 짧은 생각에

‘세속을 떠난 수도승들이 웬 가족사진을 이렇게 방안에 놓아두는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고 정말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요즘에 사랑했던 가족을 떠나보내고야

저의 짧은 생각이 참 편협했음을 깨닫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했을 텐 데,

수도원에 산다하여 어머니 진갑 때, 팔순 때도

제대로 참석하지 못했음이 안타깝고,

휴가 중 자고 가라고 그렇게 만류하던 어머니의 청을 뿌리치고 떠났던

자신의 편협함을 지금에서야 깨달으니 세월이 지나야 철이 나는 가 봅니다.

 

하여 22년 전 사제서품 때 찍은 가족사진을 확대 인화하여 액자에 넣고

자주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자들에게는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관계의 변형이요 승화가 맞습니다.

마음의 상처 역시 잊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상처의 치유와 승화가 맞습니다.

 

이 가족사진을 방안에 간직한 미국의 수사님들은

모두 수도승답게 잘 살았던 따뜻한 분들이었습니다.

이 분들의 가족사랑 역시

주님 안에서 승화된 깊고 순수한 자연스런 사랑,

하느님의 사랑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신적일수록 인간적이라 합니다.

정말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해 갈수록 인간미 넘치는 매력적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현현입니다.

마르타, 마리아. 나자로 삼남매와의 우정의 사랑이

참 깊고 순수하며 자연스럽습니다.

 

이 삼남매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했음이 분명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곧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가 그분을 통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추상적 공허한 사랑이 아니라,

외아드님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인간미 넘치는 충만한 사랑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워 실천해야 하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현현이신 예수님과 마르타의 대화가 참 자연스럽고 진솔합니다.

격의 없으면서도 품위 있는 대화의 소통입니다.

마지막 주님의 물음이 복음의 절정입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마르타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결정적 물음입니다.

저는 여기서 문득

믿음의 뿌리를, 부활이요 생명이신 주님께 깊이 뿌리 내린 믿음을 묵상했습니다.

요즘 수도원 정문에서 주차장 까지 옮겨 심은 가로수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생각납니다.

원래의 그 자리에 깊이 뿌리 내려 생명력 왕성한 나무들과

옮겨 심은 후 뿌리 내리지 못해 죽은 초라한 나무들과의 대조가

참 좋은 교훈입니다.

 

우리의 믿음 역시 그러합니다.

주님께 믿음의 뿌리 깊이 내려 부단히 주님의 사랑을 흡수할 때는

생사를 넘어 지금 여기서 영원한 생명의 활력 넘치는 삶입니다만

믿음의 뿌리 내리지 못해 하느님의 사랑을 흡수하지 못할 때는

서서히 죽어가는 영혼들입니다.

 

“예, 주님!

  저는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

 

마르타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믿음의 고백입니다.

믿음의 고백을 통해 튼튼해지는 믿음의 뿌리에 영혼들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믿음을 고백하는 우리 모두를 당신 사랑과 생명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니, 내 입에 늘 찬양이 있으리라.”(시편34,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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