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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35) 비얌 이야기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7 조회수684 추천수5 반대(0) 신고

 

 

 

ㅡ 야훼 하느님께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제일 간교한 것이 뱀이었다.......

    뱀이 여자를 꾀었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

    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

 

 

    야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온갖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서 너는 저주를 받아,

    죽기까지 배로 기어 다니며

    흙을 먹어야 하리라. (창세기 3,1. 5-6. 14-) ㅡ

 

'뱀처럼 슬기롭게, 비둘기처럼 순박하게'라는 복음을 읽으며 갑자기 뱀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뱀이다. 또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뱀이다. 뱀이라는 말조차 듣기가 싫어 지금부터는 비얌이라고 할 것이다.

 

                    < 第 1 話 >

 

지금부터 약 40년전, 중학생이던 내 둘째 남동생이 산에 밤따러 갔다가 비얌에게 물렸다.

동생 다리는 순식간에 기둥 토막처럼 부어올랐다.

추석 전날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고향에 추석 쇠러 갔다가 당한 일이었다.

송편 빚던 어머니는 혼비백산하여 면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 다시 읍에 있는 병원으로 갔는데, 수술을 하자고 하더란다.

응급처치만 하고 집으로 데리고 오셨다.

수술을 하면 다리를 자르게 될까봐 어머니는 겁을 먹고 그때부터 어머니와 남동생 셋은 둘째를 리어카에 태워 좀 떨어진 한의원으로 매일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비얌 독을 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다리의 비얌 독은 그럭저럭 빠진 것 같은데 어느날부터 동생의 눈은 검은 동자는 없어지고 흰자위만 뿌옇게 되어가지고 앞이 안보인다고 했다.

독이 눈으로 몰려갔는지 흰자위가 망막을 덮어버려 앞이 전혀 안보이는 것이었다.

청천벽력이었다. 

난 비얌 눈을 자세히 본 적이 없지만 어머니 말씀이 동생 눈이 영낙없이 비얌 눈 같다고 했다.

비얌에게 물렸다고 어찌 사람 눈이 비얌처럼 되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왜 서울 큰 병원으로 안갔을까 참 답답한 일이다.

시골에서 살기도 했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게 어리숙하기가 짝이 없었다.

 

아무튼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속만 끓이고 있는데, 보다 못한 옆집 아주머니가 땅꾼 집에 가보자고 권유를 했다.

땅꾼들은 노상 비얌을 잡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부담이 있어 무슨 신효한 비상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 아주머니를 따라 땅꾼 집에 갔는데, 땅꾼은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방문을 닫아버리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비얌을 잡는 일을 업으로 하는 그들 땅꾼들에게는 마누라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 비상약을 남에게 주는 것은 천기를 누설하는 것 만큼이나 금기시 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가 지금 눈이 안보입니다. 제발 약이 있으면 조금만 주십시오.

아무리 애걸을 해도 소용이 없는데, 땅꾼 부인이 오늘은 그냥 가시라고, 자기가 다시 한 번 사정해보겠다고 해서 그냥 왔다.

 

아마 삼고초려를 했을 것이다.

땅꾼 부인이 자기 남편에게 부탁하기를 ,

우리 애가 다니는 학교 교감선생님댁 아들이 지금 눈이 안보인다고, 우리 애가 그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냐고, 제발제발 쪼끔만 드리라고, 참 그 부인이  사정사정한 덕으로 꼭 귀지 만큼의 하얀 가루약을 얻어다가 먹였는데 신기하게도 동생의 눈은 차츰 정상으로 돌아와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해진다.

동생은 멀쩡히 나아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슬며시 소리없이 음험하게 기어다니는  비얌이 정말 싫다.

꼭 무슨 음모를 꾸미는 것같은 그 모습이 정말 싫다.

그런데 실은 비얌만큼  깨끗한 동물이 없다고 하니, 그리고 고아 먹는 사람도 있으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똑같은  이슬도 벌이 먹으면 꿀이 되고 비얌이 먹으면 독이 된다고 했건만.....

 

 

                        <  第 2 話 >

 

내 외삼촌은 31세에 세상을 떠나셨다.

2년 동안 병원생활을 하며 수혈을 받으며 연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병의 시초는 담에서 기어다니는 비얌을 때려잡다가 물리고 난 후에  발병을 했다고 한다.

어른들은 그 비얌이 집지키는 비얌인데 죽여서 그런게 아니냐는 말들을 했다고 한다.

비얌은 예로부터 영물(靈物)이라는 말이 전해져 온다.

땅에는 땅지기 비얌이 있고, 집에는 집지기 비얌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터줏대감인데 그 영물인 터줏대감을 죽였으니 그런 불치병에 걸렸지 않느냐는 것이다.

외숙모는 서른살에 딸 셋을 데리고 혼자 되었다.

다행히 결혼 전에 교사를 하던 경력으로 바로 복직하여 딸 셋을 모두 훌륭하게 키웠다. 지금 83세다.

 

20여년 전에 외삼촌이 세상 떠난지 30년만에  이장(移葬)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끔직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백골이 된 외삼촌의 뼈속에 비얌들이 여럿 들어 진을 치고 살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난 외숙모는 너무 끔찍하고 너무 슬프고 언짢아서 한동안 마음 고생을 했는데, 사람들이 위로하기를 그 묘자리가 명당이어서 그랬을거라고, 영물인 비얌이 아무데서나 살겠냐고 양지 바르고 명당자리여서 그랬을 것이니 그만 잊으라고 했다.

 

하긴 그 묘자리가 명당은 명당이었던 것 같았다.

딸 셋 다 대학 공부 시키고, 지금 모두들 재력도 가지고 있고, 그 중에 둘째딸과 사위는 S대 출신에 사위가 대학총장까지 역임했으니 명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난 어쨋건 비얌이 싫다.

일찌기 성서에서도 말했듯이 하느님께서 만든 짐승 중에  제일 간교하다 하지 않는가.

천사의 얼굴을 하고 뒤에서는 온갖 술책을 다 부리는 인간을 그래서 비얌 같은 인간이라 하지 않는가.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비얌은 얼마나 가엾은 짐승인가 싶기도 하다.

단지 겉모습이 무섭고 소름끼쳐 싫어하는 면도 없지 않으니 말이다.

비얌이 그런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났겠는가.

못난 자식이  못나게 태어난 게 제탓이냐고 대든다면 부모가 할말이 없듯이 비얌이 흉하게 태어난 게 어찌 비얌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러니 비얌이 불쌍한 것이다.

거기다 왜 그 무서운 독까지 지니고 있어서리 천리만리 정 떨어지게 하는가.

일찌기 태초에 하와를 꼬드겨 선악과를 따먹게 한 죄로 일생을 배로 기어다니는 수모를 당하고, 간교하다는 낙인이 찍혀 뭇사람에게 백안시 당하고, 치를 떨게 하는 운명까지 받았으니.......

정녕 비얌은  영원히 면죄부를 받을 수가 없는 것인가.

                   <납량특집 묵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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