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카인과 아벨[10]/위대한 인간의 탄생[33]/창세기[48]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07 조회수359 추천수0 반대(0) 신고

자비의 하느님은 카인이 더 이상의 타락을 방치할 수 없어 그를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는 네 동생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셨다.
몰라서 물으신 게 아니다.
하느님은 카인이 아벨을 들판으로 불러낼 때부터
피 흘리며 죽을 때까지를 훤히 알고 계셨다.
그렇지만 자비의 하느님은 살인마 카인을 찾으셨다.

카인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사람마냥 단번에 우겼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창세 4,9)
그의 이 천인 공로[天人 共怒]할 뻔뻔 서러움은 형제 관계뿐 아니라 공동체 관계,
곧 이웃 사랑을 저버린 모습이며 나아가 하느님 사랑을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나를 낳은 부모님도 참견하지 않으시는데
당신이 뭐냐는 식으로 카인은 하느님께 따졌다.

그러자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뺨이라도 한대 갈기고 싶으셨겠지만
그분은 여전히 인자하신 모습으로 말씀하셨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들어 보아라.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창세 4,10)
 

아벨의 피의 소리가 땅바닥에서 울부짖는다고 하느님은 카인에게 엄한 꾸지람을 한다. 너는 이 소리를 듣지 않느냐이다.
피가 울부짖는다는 것은 히브리말에서는 복수(앙갚음)를 뜻한다.
이 표현을 통해 성경 저자는 인간의 가정에 살인까지 부르는 불화를 상기시킨다.
생명 자체로 여겨지는 피가 부당하게 쏟아지면, 그에 따르는 정당한 보상이 요구된다.

′너희는 어떤 생물의 피도 먹어서는 안 된다.
피는 곧 모든 생물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그것을 먹는 자는 잘려 나갈 것이다.(레위 17,14)’라고
성경 곳곳에서 ‘피’를 생명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한 ‘땅에 사는 주민들의 죄악을 벌하시러 주님께서 당신 거처에서 나오신다.
땅은 피를 드러내고 살해된 자들을 더 이상 덮어 두지 않으리라.(이사 26,21)’라고
부당한 피의 대가를 분명히 갚아야함을 알려준다. 
 

사실 히브리서 저자의 말대로 오직 하나의 믿음으로 아벨은 카인보다 나은 제물을
하느님께 바쳤기에 의인으로 인정받았지만(히브 11,4),
그는 또한 그 믿음 때문에 죽음을 친형으로 부터 당했다.
그는 이렇게 하느님을 사랑한 이유로 죽음을 받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하지만 두 죽음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예수님의 피는 그를 믿는 자들의 죄와 허물을 사하여주신다.
반면에 아벨의 피는 카인의 죄를 속죄할 수 없다.
그러기에 그의 피는 땅바닥의 그 피비린내 속에서 하느님께 준엄한 심판을 호소한다.
그래서 하느님은 살인자 카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저주를 내리신다.

‘이제 너는 저주를 받아,
입을 벌려 네 손에서 네 아우의 피를 받아 낸 그 땅에서 쫓겨날 것이다.
네가 땅을 부쳐도, 그것이 너에게 더 이상 수확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너는 세상을 떠돌며 헤매는 신세가 될 것이다.(창세 4,11-12)’
 

피바다가 된 땅은 더는 카인에게 맛있는 열매를 주지 않을 것이며
이 땅 어디서도 그는 편안한 삶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셨다.
이때만 해도 카인은 하느님께 용서를 구했을까?[계속]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