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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9) 대리 판공성사 / 김연준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5 조회수736 추천수11 반대(0) 신고

 

 

                  대리 판공성사

 

                                                소록도 성당 : 김연준 보좌신부님의 글

 

 

사제서품 받은 지 4년차에 일어난 일입니다.

본당에 한영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 아이는 당시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였는데 중학교 1학년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은 그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고 과감히 일반학교에 보냈습니다.

 

한영이는 주일미사에 빠지는 일도 없고 모든 일에 적극적입니다.

한영이는 성탄을 앞두고 판공성사를 두 번 보았다고 합니다.

한번은 자신의 것, 다른 한번은 아버지의 것이었습니다.

저한테 고해성사를 보았다는데 저는 기억을 못하고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주일을 빼먹지 않고 다니는 것은 아버지의 직업상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앙으로 똘똘 뭉쳐진 한영이에게는 아버지가 성당에 자주 빠지는 것이 항상 스트레스였고 아버지가 판공성사마저 빠뜨리자 하도 안타까운 마음에 아버지 대신 판공성사를 본 것입니다.

 

"신부님 용서해주세요! 우리 아빠 술을 많이 먹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주일미사를 빠졌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밤에 너무 늦게 들어왔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물론 이런 고해성사는 무효이지만 하느님께서는 감동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몇 달 후 한영이가 학교에 가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가볍게 다친 것이 아니고 성장판을 다친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회복하기 힘들다는 절망적인 말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놀래서 병원에 달려갔습니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한영이는 아픔은 호소하지 않고 바로 아버지를 향해서

"아버지 빨리 성당에 가세요! 내가 아버지 대신 판공성사까지 보았는데 그래도 아버지가 성당에 가시지 않으니까 주님께서 나에게 이런 고통을 허락했어요. 그러니 빨리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 보세요!" 하더랍니다.

 

그날로 아버지는 고해성사를 보고 다시 정상적인 신앙생활에 임했고 한영이의 다친 성장판은 의사들도 놀랄 정도로 아주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그 사실은 의사들만 놀라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신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주님께로부터 한영이 같은 삶을 살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세상은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서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희생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오늘은 우리 민족 비극의 날이고 그래서 교회는 이날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날로 봉헌하고 남북통일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민족의 분열을 끊임없이 겪고 있는 우리 민족에겐 일상 아픔과 고통을 원망이 아닌 화해를 위해 봉헌하는 한영이와 같은 이들이 필요합니다.

 

착한 이들의 눈물은 우리 민족을 정화시키고 화해시킬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의 화해는 하느님과의 화해가 먼저 이루어질 때 가능해집니다.

내가 당하는 고통도 다 뜻이 있어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것이라 믿고 봉헌합시다.

 

나의 인생은 다른 이를 향할 때만 의미가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용기를 냅시다.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새벽을 여는 성인들은 주님의 능력으로 양성되고 있습니다.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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