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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날같은 혀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4 조회수698 추천수11 반대(0) 신고

 


1독서: 이사 49,1-6
2독서: 사도 13,22-26
복음:  루카1,57-66.80

이사야 예언자는 말한다.

“그분께서 내 입을 날카로운 칼처럼 만드시고 
당신의 손 그늘에 나를 숨겨 주셨다. 
나를 날카로운 화살처럼 만드시어 
당신의 화살 통 속에 감추셨다.”

날카로운 칼처럼 가슴을 헤집어놓고
뾰족한 화살촉처럼 
콕콕 찌르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도 하지 못하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어,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이 사람들이 항상 긍정적이고 건전한
비판자의 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불평하고 비난하는 
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그러나 한편,
이런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도 
양면성이 있다.

즉, 자신이 그 칼날 밑에 있지 않을 때는 
시원하고 용감한 사람이라 박수를 치지만
자신이 그 화살의 과녁이 되었을 때는
잘 되어가는 일에 공연히 재를 뿌리는 
시기심 가득찬 사람으로 
쉽게 낙인찍어 버리곤 한다. 

그렇다면 누가 올바른 비판을 하는 사람인가?
(누가 하느님의 영을 받은 예언자인가?)

도대체 누가 가짜 예언자인지 진짜 예언자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

‘진리의 양면성’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

진리는 자신을 숨기려는 “은폐성”도 있지만 
자신을 폭로하고 싶어 하는 "탈가면성"도 동시에 갖고있다.

그래서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은 
그 어떤 것들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낱낱이 탐구하고 증명하여 
마침내 진리로 수용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그렇다. 
어떤 사람들의 경우
외면적인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이면의 어떤 것을 꿰뚫어 보고자 하는 경향이 
유난히 강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때일지라도
단지 가면을 벗기는 것에만 기쁨을 느낀다면,
폭로하는 것 자체에 잔인한 희열을 느낀다면 
그것은 ‘비진리’라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성령이 아닌 악령에 의한 태도라는 것이다.

................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나 집단을 비판할 때에,
다른 사람이 모르는 그들의 위선적이고 나약한 일면을 
발견하고 폭로하는 자체에 
짜릿한 희열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분열을 조장하는 시기와 이기심에서 나온 것,
곧, 악령이 시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

생각보다 훨씬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자신이 속한 교구나 수도원이나 교황청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피력하는 것을 많이 보고 들었을 것이다.

자신이 속한 곳이라고
무조건 박수치고 쫓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위험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분들의 태도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과는 무관한 집단처럼 거리를 두고
비난이나 비웃음, 비아냥 일색일 때
과연 그분이 진정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하는 말인지
그 비판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책임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
자신도 그 비판에서 제외되지 않음을 인식하는 사람. 
진정으로 잘못된 현실을 아파하는 사람.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며 고심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하는 비판이 예언자적 비판이고
그러한 비판이 성령께서 이끌어주시는 건전한 비판이 아닐까?

구약에 나오는 모든 참된 예언자들은 
진정으로 동족을 사랑하는 깊은 회환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내걸고, 
하느님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음을 우린 보았다.


오늘은 예언자, 세례자 요한을 기리는 축일이다.
세례자 요한도 자신의 온 삶을 내놓고
사람들의 회개를 거침없이 외쳤다.

오늘 복음은 요한에 앞서서 
그의 아버지 즈가리야가 먼저,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게 된 사실을 전해준다.

가브리엘 천사가 전해준 복음을 믿지않은 
자신의 불신을 반성하고, 구세사의 모든 의미를 
자신의 찬미가로 투영하기 까지
그에게는 벙어리 냉가슴의 열 달 기간이 
꼭 필요했었음을 생각해본다.

하느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듣고
남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진실로 자신의 부족함, 불신, 나약함들을 먼저 
깊이있게 성찰하고 나서야,
다른 이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진정 이해하고  
현실을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는 
예언자적 제안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 아닐까?

그때에야 비로소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바른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 아닐까?


  

      Flute: R. Carlos Nakai / Piano: Peter K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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