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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둘기와 뱀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4 조회수596 추천수6 반대(0) 신고

 


복음: 마태 10,16-23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으로 파견하시며 이같은 말씀을 들려주신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

뱀처럼 슬기롭기만해서도 안되고
비둘기처럼 순박해서만도 안되나보다.

슬기가 지나치면 교활하고
순박이 지나쳐면 미련하다.

딸의 친구가 딸에게 들려주었다는 말이 생각난다.
“너는 엄마가 아니었으면 아주 나쁜 애가 되었을거다.”

만나는 어떤 사람과도 관계를 잘하는 딸.
처신을 잘하고 사려깊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면 어린 것이 지나치게 처세술에 밝다는 이야기도 된다.

초등학교 때는 어리버리했었는데
중.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는 늘 반장을 맡았고, 
선생님과 아이들의 중간에서 항상 역할을 잘 해왔던 걸로 안다.
오죽하면 다른 반 선생님들이 “그반 반장 좀 꾸어달라”고 한다고
담임 선생님은 뿌듯해 하셨다.

친구들 모임에서도, 가족 모임에서도, 
딸은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로서, 그 애가 빠지면 모두들 허전해한다. 

지금 근무하는 약국에 채용될 때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인터넷에 소개된 약국에 이력서를 냈는데, 그 약국의 주인약사님이
마침 전에 근무하던 약국 사장 약사님과 절친한 친구 사이인 것을 몰랐다.

연락해주겠다며 딸을 돌려보내고 나서 
친구 약국에 전화를 걸어본 주인 약사는
경력도 많지 않은 딸을 단번에 채용해버린 것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책임감있고 무엇이든 배울려고 하고
무엇보다 동료들과 환자들에게 매우 친절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더라고 한참 지난 후에, 말씀하시더란다.
(너무 자랑치고 있죠? ^^)

아무튼, 학교 선배 언니가 아기를 낳는 바람에
그 약국을 잠시 돌봐주는 기간을 빼고 딱 두 군데 취직했는데, 
그 주인들이 절친한 친구사이라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그 두 약국 주인들 모두에게 극찬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근무하는 약국에서 약사나 전산원이 새로 들어와도
모든 사람과 똑같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딸애의 탁월한 인간관계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은 거저 된 것이 물론 아니다.
먼저 주인 약사님이 약간 감정적인 사람이라서 
자기 기분에 따라 좋을 땐 좋고, 나쁠 땐 걷잡을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약속된 기한이 다 차고 선배 언니의 약국을 돌봐주려고 그만두려고 했을 때,
월급까지 올려주겠다며 붙잡는 것을 뿌리치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남은 기간까지는 얼굴에 표를 내며 불편하게 굴었단다.
그러나 모르는 척, 더 열심히 찾아서 일하고 
나올 때는 사장약사와 동료들에게 선물까지 사들고 갔다.

그분은 아마도 그런 일을 오히려 미안해했던 것 같다.
이번 약사님께 정도 이상으로 좋게 평을 해주신 것을 보면 말이다.

이리 될 줄 누가 알고 그렇게 했겠는가? 
아무튼, 그 애는 나중에 연관이 있건 없건 간에.
자기 신념 때문에라도 모든 인간관계를 그렇게 관리한다.

결과를 보면 처세에 너무 밝은 것이 되어 버렸지만.
그 당시에는 순수한 자기 신념 때문인 것이다.

그런 일을 자주 보면서 딸의 대학 친구가 한 말이 바로 그 말이다.
딸에게 그런 순박한 신념을 가르쳐준 것은 엄마,
그 엄마가 믿고 있는 가톨릭 신앙에서 나왔다는 말을 에둘러서 말한 것이다.

약사회의 고위 간부인 지금의 사장 약사님은 과연 자기 친구의 말이 맞았다며
무슨 일이든지 딸을 신뢰하고 무엇이든지 도움을 주려고 애쓰신다.
육개월이 된 지금은 벌써 일반적인 주인과 고용원의 관계를 벗어나 
인생의 상담자로, 선배로서 이해관계를 떠나 모든 일에 조언을 해주고 있다.

결과를 보면 슬기롭기가 뱀 같지만 
그 당시엔 “그럴 것 까지는 없다”며 “그렇게 바보처럼 군다고 누가 알아줄 것 같냐”고 
핀잔을 주던 주위 사람들의(나를 포함한 ㅋㅋ) 만류를 다 뿌리친 결과다.

슬기와 순박!
이리 떼 같은 세상이 뭐라 하건, 
성실하고 순박하게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신념과 원칙대로 일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세상을 이기는 슬기로운 처사가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일러 보내신다.

조심해야할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지만
그렇다고 움츠려들어 사사건건 계산하고 재려고 들지도 말고, 
자신의 지혜와 능력으로만 세상을 상대하려는 얕은 잔꾀만 부리지도 말라신다.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

의지해야 할 것은 오직 아버지의 영!
예수 그리스도께서 일관되게 일러 주시는 진리의 말씀에 
의지해야 할 것이다. 
 
(또~~ 딸 자랑 심하죠? ㅎㅎ 이럴 땐 순박이 아니라 칠뜨기 같아요...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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