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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복음묵상]세례자 요한 : 하느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사람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4 조회수605 추천수6 반대(0) 신고

  2006년 6월 24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이것을 마음에 새기고

“이 아기가 장차 어떤 사람이 될까?” 하고 말하였다.

주님의 손길이 그 아기를 보살피고 계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루가 1,66)


All who heard these things took them to heart, saying,
"What, then, will this child be?"
For surely the hand of the Lord was with him.

 

 

 


 

 루카 복음사가는 요한의 이름이 지어질 때 아버지 즈카르야의 입이 열리고 혀가 풀리게 된 놀라운 사건을 전합니다

 

☆☆☆

 

 아기가 태어나는 일은 기쁨입니다. 요한 세례자처럼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는 일은 더욱 큰 기쁨입니다. 한 인간의 탄생은 그 자체로 기적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려고 수억 가운데서 하나가 선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인간 생명은 소중합니다. 더욱이 그 생명 하나하나를 하느님께서 사랑하시기 때문에, 모든 생명이 하느님의 귀한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릴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 세례자 요한 : 하느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사람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함께 살아간다. 부모를 잃고 피를 나눈 형제도 없는 혈혈단신이라 할지라도, 자식이 없어 봉양을 받지 못하는 독거 노인이라 할지라도 사회의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또 살아가야 한다. 이 땅에서 아무도 홀로 살지 않는다. 누구나 아이로 태어나지만 시간이 흐르면 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며, 노인이 된다. 주어진 공간에서 함께 일하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길가를 서로 스쳐가며, 같은 하늘 아래서 숨을 쉬며 살아간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고, 낯선 사람과 친분을 쌓으며, 이럴 줄 알았던 사람의 또 다른 저런 면을 체험하기도 한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를 위하기도 하며, 속이고 죽이기도 한다. 사람 때문에 기뻐하고, 사람 때문에 아파한다.

그러다가 삶의 실존과 진면목을 깨달을 때면 원하든 않든 하나씩 순서 없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뜻하지 않는 불의의 사고로 선뜻 가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남아 있는 사람들의 아픔은 실로 크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며, 다 똑같다. 그런데 살아있는 동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재물이 좀 있고, 권력이 좀 있다하여, 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종교와 이념이 다르다하여 자신의 것을 강요하며, 타인의 생명과 삶을 가볍게 여겨 무참히 짓밟고 앗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사람의 마지막은 모두 다 같다. 그래서 사는 동안 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덕을 발휘해야 한다.

세상의 사람이 모두 다 같다고 했지만 유독 다른 한 사람이 있다. 그를 두고 하느님이신 예수께서는 “일찍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마태 11,11)고 말씀하셨다. 세례자 요한이 이 세상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사람을 통틀어 가장 큰 인물이라는 말이다.

왜 세례자 요한만이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홀로 가장 위대한 사람인가? 오늘 그의 축일을 맞아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12월 25일 예수님의 성탄대축일을 정확히 6개월 앞두고 교회는 오늘 성 요한 세례자의 탄생을 대축일로 기념한다. 교회의 공식 전례에서 성모 마리아(9월 8일)를 제외하고 지상 탄생을 경축하는 성인은 세례자 요한뿐이다.
세례자 요한에 대한 이러한 대우는 방금 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른 합당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례자 요한의 놀라운 탄생예고 또한 하느님의 구원역사 안에 자리 잡은 요한의 무게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아울러 요한은 탄생이전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예수를 잉태한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인사를 통하여 거룩함을 영접하였다.

세례자 요한의 구원사적 역할은 우리가 그의 탄생을 경축할 만큼 중요하다. 첫째로 요한은 옛 계약과 새 계약의 연결역할을 담당한다. 요한의 출현으로 구약(舊約)은 중지되고 신약(新約)이 시작된다. 둘째는 요한이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사자(使者)로 파견되어 메시아를 영접할 수 있도록 백성들에게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으며, 예수님 스스로도 그에게서 회개의 세례를 받으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요한을 메시아로 착각하였으나, 요한은 자신을 이미 도래한 메시아에 비하여 그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는 비천한 존재로 소개하였으며, 말씀이신 성자에 비하여 자신은 그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는 광야에 살면서 단식과 참회, 금욕과 기도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의 사람들과는 달리 살았던 것이다. 많은 보통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와 죄를 뉘우치고 세례를 받았으며 제자가 되었다. 그러나 요한은 자기의 사람들을 예수께 넘겨준다. 이 사람을 두고 예수께서는 모든 예언자를 능가하는 훌륭한 사람이며, 이스라엘이 기다리는 엘리야가 바로 요한이라고 하신 것이다. 이제 왜 세례자 요한만이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홀로 가장 위대한 사람인지가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 다 밝혀진 것은 아니다. 오늘 복음도 그 한 부분을 말해준다.

루가복음사가는 다른 사가들과는 달리 예수님의 탄생 범주 안에서 요한의 탄생예고, 탄생, 할례식(루가 1장), 그리고 세례자 요한의 전도(루가 3장)를 독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두고 기뻐하는 부모와 그 이웃과 친척들의 모습과 율법에 따른(창세 17,9-27) 아기의 할례식을 들려준다. 아기의 탄생과 할례(割禮)는 이름을 짓는 명명(命名)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그 순간 10달 동안 벙어리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즈가리야의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하느님을 찬양하게 된다.(루가 1,67-79)

‘하느님은 자비로우시다’는 뜻을 가진 ‘요한’의 이름에서 보듯이 모든 사람들은 요한의 탄생을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이 아이를 통하여 무슨 일을 계획하고 계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단지 그들은 무엇인가 대단한 것의 서곡(序曲)이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그것은 무언가 가까이 계신 하느님의 숨결이 오늘 이 작은아이의 탄생 안에서 경이로운 기쁨으로 채워지고 있음이다.

오늘 태어난 이 작은아이가 하느님의 오심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하느님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사람이 하느님의 오실 길을 고르고 닦으며 준비하고 있는 바로 이것이 세상의 모든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만이 홀로 위대한 이유이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들의 삶을 살아가지만 유독 요한만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하느님의 오심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박상대 마르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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