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신부님도 성질 좀 고치쇼!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2 조회수1,165 추천수10 반대(0) 신고

 

 

                               신부님도 성질 좀 고치쇼!



   판공성사 때의 일이다.

   한창 바쁘고 급한 때 한 아주머니가 들어와서는 처음부터 뜸을 들이더니 더듬거리다가는 횡설수설하는데, 도무지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따위로 성사 준비해서 되겠어요?”

   모질게 한마디하면서 심하게 나무랬더니 이 자매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부님도 그 성질 좀 고치쇼!” 하면서 함께 큰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아니, 지금 누가 성사 보고 있는 거요?” 하면서 한마디 더 쏘아댔지만 우리는 결국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착하고 어질게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타고난 품성도 고와야 하며 사소한 일에 분노하지 않는 인내와 지혜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점에서 부족해도 한참이나 부족하다.


   서울에 취직이 된 어느소녀가 그의 첫 번 편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기에게 친구가 하나 생겼는데 그 아이가 꼭 신부님을 닮아서 한 번 상한 마음은 풀 줄을 모르며 고집은 또 얼마나 센지 아무도 그 성질을 꺽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골치 아픈 자기 친구의 답답한 모습을 보면서 고향에 계신 신부님을 생각했다는 소녀의 그 솔직한 표현은 나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안겨 주었다, ‘내가 바로 그랬었구나!’ 하는 부끄러움도 있었고, ‘소녀의 눈에 비친 나의 그 누런 모습을 어떻게 다시 채색할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신부 된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서당개도 그 세월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난 속절없이 그저 연륜만 보태고 있으니 죄스러울 뿐이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고 툭하면 큰소리요, 건뜻하면 목에 힘주니 신자들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신자들만 괴롭히는 것도 아니다. 늘 주님을 괴롭게 해드리며 내가 나 자신을 또 화나게 만든다. 고백하기조차 실로 거북하지만 누군가에게 미운 마음이 들어 이를 갈고 앙심을 품을 때가 있었는가 하면, 술 먹고 화장실에 앉아 그냥 잔 일도 있었고, 성질내고 저녁 굶었다가 밤중에 몰래 냉장고를 뒤진 적도  있었고, 속없이 화투판에 끼어 들어 돈 3만 원을 날린 일까지도 있었다. 그래도 그 못난 일을 감추기가 어려워 강론 때에 실토를 하게 되면 신자들은 또 세상에 그보다 더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없다는 듯이 배꼽을 쥐면서 며칠씩 웃는다.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노래가 있다.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만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유행 보다는 가사가 좋아서 며칠을 두고 배웟던 것은 그‘새기다만 조각’의 조잡하고 엉성한 모습이 바로 나 자신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착하고 열심히신 신부님들을 볼 때마다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가난하고 겸손하신 수녀님들을 바라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으며, 내 모습이 이러해도 순명 잘하고 신부 존경하는 신자들을 대할 때면 ‘나는 도둑놈’ 이라는 질책도 하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비싼 값을 치르시고 나를 사셨다(1고린7,23). 그러기에 불러 주신 목적에 합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하루에도 열두 번 성호를 긋는 것이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다짐을 한다.


   사도의 말씀을 들어보자.

   “나는 이 희망을 이미 이루었다는 것도 아니고 또 이미 완전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나는 그것을 붙들려고 달음질칠 뿐입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나를 붙드신 목적이 바로 이것입니다” (필립 3,12).


   바울로 선생님, 감사합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