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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향(故鄕), 향수(鄕愁;nostalgia) - 2013.4.16 부활 제3주간 화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16 조회수359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3.4.16 부활 제3주간 화요일 사도7,51-8,1ㄱ 요한6,30-35

 

 


고향(故鄕), 향수(鄕愁;nostalgia)

 


오늘은 ‘고향, 향수’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고향이란, 향수란 말만 들어도 마음에 소리 없이 고이는 아늑한 그리움입니다.


고향을, 향수를 잃어가는 세대입니다.

40대 이상 분들은 봄이 오면 어린 시절 애창하던 ‘고향의 봄’이나 청년 시절 불렀던 가곡 ‘봄이 오면’, 또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하느님, 내 영혼은 밤에도 당신을 사모하오며,

  아침에도 내 마음 당신을 그리나이다.”

 

아침 성무일도 시 이사야서 찬가 중 한 구절입니다.

궁극에는 하느님이 진정한 고향이요 하느님 향한 향수임을 깨닫게 됩니다.

살아갈수록 찾아 갈 곳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만날 사람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말 수가 적어진다는 사실이 하느님 고향 향한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고향을 찾는 마음,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가 향하는 바 하느님이요 하느님 향한 향수입니다.

어렵고 힘들 때 찾는 고향이듯,
어렵고 힘들 때 고향집처럼 찾는 여기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입니다.

보이는 고향 집에 사라지면서
뚜렷이 부각되는 본향집인 하느님이요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이나 성당입니다.

 

팔순에, 사제서품 50주년 금경축을 지낸 복된 두 분 주교님의 고백입니다.

 

“잘 먹고 잘 놀면서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조용한 걸 좋아해서 공소생활이 딱 맞아요.”(장익 주교).

 

“퇴임한 후 바라는 대로 시골서 살고 있죠.
  하느님은 너무 자비로우세요.
  철없는 어린 아이 때의 소망까지도 들어주시는 하느님, 
  그래서 너무 기쁘고 감탄할 뿐입니다.”

 

퇴임 후 한적한 곳에서 생활하고 계신 최창무 대주교임의 고백입니다.
두 분 다 고향집에 돌아 와 살고 있는 듯, 행복감 가득한 모습입니다.

 

이런 고향집이 가리키는바 본향집인 하느님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정주의 삶을 사는 우리 수도승은 물론,
모든 믿는 이들의 삶의 자리 거기가 하느님 계신 고향입니다.

존재의 깊이에서 만나는 고향집 하느님이요 예수님입니다.

본향집인 하느님을 만날 때 활짝 피어나는 존재의 기쁨,
은은히 퍼져나가는 존재의 향기입니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본향집인 성체성사에서 고스란히 실현되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진정 찾아가야 할 고향집은 생명의 빵이신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하여 주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은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말씀하십니다.

 

진정 우리가 편히 쉴 곳은 본향집인 주님뿐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본향집을 상징하는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을 끊임없이 찾는 사람들입니다.

모진 박해 후 돌에 맞아 순교하는 스테파노의 선종 장면이 감동적입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눈이 열려 환하게 계시되는 하느님과 아드님이 계신 본향집이요
스테파노를 영접하기 위해 서서 가슴 활짝 열고 계신 사람의 아들,
예수님이십니다.

 

예사 일이 아닌 죽음입니다.

죽음의 순간, 돌아갈 본향집이 없다면 얼마나 난감하고 절망스럽겠는지요.
활짝 열린 하늘 문을 통해 하늘 본향 집을 바라보며
거룩한 기도를 바치며 선종하는 스테파노입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그대로 주님께서 임종 시 바친 기도와 일치합니다.

본향집의 환대하시는 주님을 뵈었기에
이런 거룩한 기도요 평화로운 임종임을 깨닫습니다.

다음 대목이 이를 증거 합니다.

 

‘스테파노는 이 말을 하고 잠들었다.’

 

왜 죽었다 하지 않고 ‘잠들었다(fell asleep)’ 했을까요.

바로 주님 안에서 행복한 임종임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미사경문 중 ‘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이란 구절도 생각나고,
끝기도를 마친 후 잠자리 들기 전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라는 기도도 생각납니다.

평생 하느님 향수를 지니고 하느님 본향 집을 찾아,
본향집인 하느님 안에서 살아 온 이들에게 내리시는 선종의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하느님의 빵, 생명의 빵이신 당신을 모시는 우리 모두를
영원한 생명으로 충만케 하시어
우리 영혼의 배고픔과 목마름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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