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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녹록치 않은 세상 앞에서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19 조회수901 추천수16 반대(0) 신고
5월 20일 부활 제5주간 토요일-요한 15장 18-21절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녹록치 않은 세상 앞에서>


성모성월을 맞아 아이들과 9일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9일기도 끝에는 흥미진진한 형제들의 ‘한 말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한 형제는 자신이 체험한 성모님의 은혜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이런 요지의 말씀을 건넸습니다.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로 인해 어려웠던 시절의 일입니다. 저는 오직 묵주기도를 통해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늘 지나다니던 길, 버스를 탈 때 마다 빠지지 않고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오른손은 묵주가 있는 바지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목적지까지 30분 정도 걸렸는데, 3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묵주기도를 드렸습니다.


죽기 살기로. 그렇게 한 3년이 지나니 묵주기도와 함께 꼬이고 꼬였던 문제들이 하나씩 하나씩 풀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간절히 소망했던 꿈도 이루어져 부족한 저이지만 지금 이렇게 수도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요즘도 슬플 때나, 우울할 때나, 문제가 생겼을 때는 자동으로 제 오른 손이 바지 호주머니로 들어갑니다.”


다양한 삶의 십자가 앞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 앞에서 누군가를 원망한다든지, 자포자기  한다든지, 자학하는 것이 아니라 즉시 묵주를 손에 드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는 오늘 복음 말씀, 조금은 잘 분별해서 들어야 할 말씀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르면 ‘세상’은 다분히 긍정적입니다. 복음화 시켜야 할 대상으로서의 세상입니다. 구원 받을 대상으로서의 세상입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우리들의 노력으로 아름답게 가꾸어나가야 할 가치 있는 세상입니다.


회피하고 두려워할 세상이 아니라 살아볼만한 세상, 그래서 우리가 끊임없이 투신해야할 세상입니다. 결국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세상은 파괴와 저주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져야 할 세상, 하느님 나라로 변모되어야 할 소중한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세상’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예수님의 정신, 복음의 정신과 대립되는 세상, 악령의 지배에 종속된 집단으로서의 세상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집단, 예수님의 말씀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집단으로서의 세상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세상’의 세력과 사사건건 대립되셨습니다. 악의 세력과 그들의 횡포 앞에 단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으셨습니다.


기품 있고 고고한 학과도 같이 ‘세상’과는 차별화된 삶을 사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어쩔 수 없이 본성상 악의 세력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으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발점이 다르고, 최종적인 지향점이 다르고, 근본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세상’으로부터 배척당하고 미움 받음으로 인해 당연히 따라오는 공식이 한 가지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 역시 ‘세상’으로부터 박해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열심히 추종하면 할수록, 가까이 따르면 따를수록 ‘세상을 우리를 미워할 것입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공공연하게 ‘낙태시술’과의 절교를 선언한 몇몇 의사 선생님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 결과 따라오는 현실은 만만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당장 병원 운영에 큰 어려움이 따라왔습니다. 같은 업계 종사자들로부터의 눈총도 따가웠습니다. 고객들로부터의 질타도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그 어떤 생명이라 할지라도 인위적으로 침해하지 않겠다는 그 결연한 의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고, 목숨 걸고 지켜나가고 계십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 절대로 녹록치 않습니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적당히 양보하면서 살기란 쉽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세상’으로부터의 끊임없는 미움, 질타, 견제를 묵묵히 견뎌내야만 합니다.


오늘도 세상의 미움 앞에 조금도 연연치 않고 꾸준히 스승 예수님을 따라 정의의 길, 사랑의 길을 걸어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언젠가 주어질 상급은 정녕 클 것입니다.


그대를 향한 세상의 박해가 크면 클수록 기뻐하십시오. 왜냐하면 스승께서 세상을 이기셨습니다. 세상이 그대를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기뻐하십니다. 왜냐하면 그대는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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