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님 계명은 ‘사랑이 근본’이다. 베풀고 나누는 행위이다. 실천하면 쉽게 깨달아진다. ‘베푸는 사랑’이 얼마나 은혜로운 것인지 금방 체험할 게다. 그런데도 잘 하지 못한다. 삶을 바꾸고 싶지 않기에. 고정 관념 깨는 게 그리 싫기에.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직설적이고 타협이 없는 단호한 말씀을 남기셨다. 사랑이 없으면 삶은 삭막해지니까. 지식과 재물이 넘치더라도 삭막함을 피할 수 없으리라. 사랑을 담아야 인생은 따뜻해지기 시작할 터이니. 그렇게 살아가는 데 방해되는 것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게 믿음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나를 믿는 이들 중 하나라도 죄짓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더 낫다. 네 손이 죄짓게 하거든 잘라 버려라. 두 손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게 낫다. 네 발이 죄짓게 하거든 잘라라. 두 발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가는 편이 낫다. 또 네 눈이 죄짓게 하거든 빼 던져라. 두 눈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게 더 낫다.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마르 9,42-43.45.47-48 참조)’

오늘 예수님께서는 매우 강한 어조로 말씀하신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아예 잘라 버려라.” 예수님 말씀은 더 큰 죄악 저지르기 전에 그 원인을 먼저 없애라는 거다. 두 손 가지고 지옥 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영원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지금 모르긴 몰라도 훨씬 더 낫다는 거다. 사실 별 의식 없이 작은 죄를 무심코 계속 저지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더 큰 죄 짓는 게 반복되곤 한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죄악을 피하며 ‘선행을 실천’하는 것이기에.

그분께서는 가끔 우리에게도 묻곤 한다. “너는 내가 목마를 때 물 한 잔 주었나? 너는 늘 무엇을 해 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지만, 나를 위해 땀 한 번 어디 흘려 보았느냐?” 우리는 심한 시련이나 억울한 일 겪을 때 이렇게 눈물로 호소만 한다. 필요한 것 얻으려 기도는 한다. 그렇지만 정작 그분께 받은 은총에 깊이 감사드린 적은 있는지, 내가 가진 재능을 아낌없이 바친 적은 있는지 성찰해야 하겠다. 오늘 예수님께서 이렇게 마음 다잡으시고 심한 말씀을 하시는 것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게다. 내가 몸담은 곳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를 정말 진지하게 질문해보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너무 직설적이다. 타협이 조금도 없다. 그 의도는 분명하다. 손발처럼 중요해도 ‘죄가 된다면’ 피하라는 거다. 내 몸의 눈처럼 요긴해도 ‘죄의 원인’이라면 단념하라는 것일 게다. 그것이 평소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버릇된 습관이나 취미일 수도 있기에. 하지만 계명에 위배된다면 ‘끊고 돌아서라’는 거다. 쉽지 않을 게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깨달음 없다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