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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64) 섬마을 선생님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19 조회수556 추천수4 반대(0) 신고

 

     섬마을 선생님

                       이순의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 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 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처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짝궁과 함께 산에를 가는데 오랜만에 도란도란 정다운 이야기 꽃이 피었습니다. 그런데 이미자씨 팬인 짝궁은 휴게소에서 녹음 테이프 세트를 사서 들고오는 것입니다. 들어보니..... 이미자씨의 전통가요 모음! 듣다가 보니 섬마을 선생님 노래가 흘러 나왔습니다. 짝궁에게 생각나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내가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고향마을의 총각선생님이셨습니다. 누구집의 큰 아들이었고, 교사직의 첫 부임지로 마을의 초등학교를 택하신 듯합니다. 열심히 열심히 마을의 후배 제자들을 정성들여서 가르치셨지요. 따르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인기도 "짱" 이었지요.

 

그런데 여름 어느 날에 발령을 가신다는 것입니다. 교실 안의 성숙한 친구들은 여러 날 동안 눈물을 찔찔 거리느라고.....! 첫 부임지에다가 고향마을의 모교이고 보니 선생님도 상당히 경직되어 슬픈 기색을 감추지 않았었지요. 그런데 제 눈에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6학년 소녀의 눈으로 보아도 너무나 이상했습니다.

 

선생님 가시는 날에 친구들이 몇 가지 송별회를 마련했는데..... 선생님의 사촌 여동생에게 노래를 불러야 된다고 준비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노래를 준비 해 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섬마을 선생님>이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쟤 사촌 오빠가 선생님인데 쟤는 왜 저런 노래를 부르지?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몇 친구들은 훌쩍거리면서 우는 친구도 있었고......

 

어린 나이지만 제 생각에는 <열아홉 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처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이라는 가사가 남매지간에 불러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행가 보다는 동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사촌오빠에게 저런 노래를 부르는 사촌 여동생이 너무나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10 하고도 5~6 년 후에 성당에서 잔치가 있었는데..... 그 선생님과 저랑 같은 동네에 거주를 한 것입니다. 성가잔치에 나가야 한다고.... 신부님께서 인원 수에 따라서 참여점수를 주신다고...... 반장님의 성화에..... 성가연습을 하러 피아노 반주가 능숙하신 선생님네 집으로 모인 것입니다. 그런데 성가연습을 하시다가 말고 선생님께서 개인 노래자랑을 펼치신 것입니다.

 

그 순간에 옛날 어린 시절 선생님께서 고향마을을 떠나실 적에 선생님의 사촌여동생인 친구가 부른 <섬마을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제 차례가 오기 전에 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이야 간이 안떨리고 부를 자신이 있는데.... 그 때만해도 아리따운 처녀의 가슴이 벌렁벌렁하여! 짧은 순간이지만 생각이 많았습니다. 나는 시키지 말고 넘어가 주시기를.....바랬습니다. <학교종>을 부를까? <나비야>를 부를까? 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다들 했는데 순의도 한 자리 해야지?!> 

 

우와! 그 떨리는 순간이란.....! 그런데 엉겁결에 나온 노래가 뭔지 아십니까? <섬마을 선생님>이라구요?! 아니요. 섬마을 선생님을 불렀으면 제가 후회도 안하고 가슴도 안아프지요. 가수 최희준님의 <하숙생>을 불러버린 것입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참!

아리따운 처녀가 인생 다 살은 어른들 앞에서 엉겁결에 부른 노래입니다. 그런데요. 그 후로 몇 년이 안되어서 아직 한창이실 선생님께서 요절을 하시고야 말았습니다. 성가잔치 노래 연습 날에 <섬마을 선생님>을 불러드릴 것을..... 하고 후회를 했습니다. 가신 분은 말이 없어도 남은 사람은 가슴이 시린! 

 

눈치가 빨라야 후회가 없는데..... 눈치가 없다보니 공연히 <학교종>이나 생각하고, <나비야>나 생각하고, 얼마나 순진한지?! 그런데요. 저는 지금도 그렇게 순진하거든요. 그래서 한참을 생각해야 되거든요.

 

 

 

 사진은 섬마을이 아니고 산골집입니다.

아들넘이 저의 섬집 사진을 모두 퇴출 시켜설라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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