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제게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18 조회수815 추천수9 반대(0) 신고

슬픔속에 만났던 우리 고양이 루비를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에게 버려져 성당주변을 맴맴 맴돌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다친고양이였지요.

하필이면 한인 성당으로 터전을 잡았던 이유가 뭐람...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그릇된 사고방식으로,

아픈 생명을 한달이나 넘게 그대로 두었지요...

 

차밑에서 기지개를 펴며 나오는 루비를 처음 만났습니다.

워낙에 고양이를 좋아하던 저는,

작고 귀여운 루비의 모습을 보고는 첫눈에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

이리 와보라며 손짓하는 제게,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오던 모습을 보고,

사람의 사랑에 많이 굶주렸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딱한 마음에 꼭 안아 주었더니,

낫설을 제 품에서 잠을 자는 것이었어요 @^^@

 

그때, 주변에 형제, 자매님들의 반응은 역시나,

어서내려 놓으라며, 도둑고양이는 그렇게 만지는 것이 아니라고,

제게 핀잔을 주었습니다. >.<

도둑고양이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며,

저도 팽팽히 맞섰습니다. >.<

 

요셉이 어서 내려놓고 집에 가자는 통에,

잠들어 있던 루비를 내려놓았는데,

저는 그때 처음 알게 되었지요...

뒷다리를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모습을 보고, 도저히 집으로 갈수가 없어서,

잠시 더 함께 머물러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죽겠는데,

루비는 침인지, 콧물인지... 땅바닥에 뚝뚝 떨어뜨리며,

저만 바라보고 있었지 뭐예요...

 

그날밤부터, 저는 잠을 쉽게 청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꾸만 생각이 나서, 성당 사무실에 전화를 해보았지요.

그곳에서 좀 돌보아 주실 수 없으신지 해서 말입니다.

오히려, 밥을 주면 자꾸 온다며 그런 고양이에게는,

밥을 안주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씀을 듣고,

저는 억장이 내려 앉았습니다...

 

사제관에도 전화를 드려보았지요.

정말, 신경거슬리는 짓은 혼자 다 해보았답니다...

루비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렇게 앉아서 걱정만 하는 것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는 데에만, 1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퇴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며 얼마나 울었던지요...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다친 다리는 얼마나 아플까...

일부러 밥도 안준다는데, 대체 뭘 먹고 있을까...

아마도 일년치 걱정은 그때 루비에게 다 쏟아 부었던것 같습니다.

 

기도를 통해, 주님께서 제게 행동의 깨달음을 주셨었고,

소심쟁이 골룸바에게, 그에 필요한 용기를 심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동물협회에 연락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주 토요일에 바로 루비를 끌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곳은 사설 동물병원이 아니라서,

사실 저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그저, 저는 발견인에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다들 바빠서 그렇겠지만,

불친절한 직원들의 태도에 또한번 상처를 받았던 저 였습니다.

평상시 같았으면 소샘쟁이 제가 거기서 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제게 주신 당신의 소신과 용기에 저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

 

끈질기게 루비의 상태를 체크하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할 것인가에 대해,

집요 하리만큼 전화로 문의했습니다.

그렇게 2주가 흐르고, 뜻밖의 소식을 받았습니다.

부상이 오래되어서 절단이 불가피 하다는 것 이었지요...

 

그날, 저는 거의 정신이 나가있었답니다.

고양이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밥도 주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두었던 성당 사무실 또한,

제 책망에 피할길 없었습니다...

내가 조금 일찍 발견하였더라면...

사람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었더라면...

루비가 한인성당이 아닌, 이곳 성당으로 발길을 하였더라면...

끝없는 아쉬움속에, 가슴깊이 화도 내어보고,

후회도 하여보고, 남탓도 하여보았지만...

결국, 다른 방법은 없는 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받았고, 일주일 후에 루비와 저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답니다.

제가 입양을 서둘렀고, 그곳에서도 허락을 해주어서,

일주일치 약봉지와 함께 루비를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

 

그동안은 버려지고, 다치고, 외롭고, 아팠지만...

이제부터는 우리 보석처럼 아름답게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루비 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복덩이가 따로 없다고, 그렇게 순하고 강아지 처럼 저를 잘 따르고 살고 있답니다!

퇴근후 집에가는 발걸음이 무섭게 빨라진 골룸바 입니다 @^^@

 

아침잠이 많아서, 결혼하고 한번도 요셉보다 먼저 일어난 적이 없던 제가,

요즘은 알람이 울리기 무섭게 일어난다며,

요셉이 칭찬도 해 주었지요 @^^@

루비 화장실 치워주고, 밥먹이고, 한번 안아주고 출근하려면,

으슬으슬 추운 아침이지만, 벌떡벌떡 일어나야 하거든요 @^^@

 

불면 날아갈 새라, 예뻐 예뻐 하며 사랑해 주는데도,

다시 아프기 시작합니다...

엇그제부터 눈물을 사람처럼 흘리고 있습니다.

얼굴이 다 젖도록, 눈물이 흘러서,

제 마음이 측은해 죽겠습니다...

오늘 좀 일찍 퇴근해서 병원에 가려고 해요...

그냥, 감기 겠지... 하면서도,

가슴이 떨리는게, 아직 자식이 없는 저는,

이런게 부모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처음에 루비를 제가 입양하기로 했을때,

정말 걱정도 많고, 탈도 많았답니다.

일단, 요셉에게는 심한 알레르기가 있고,

그런 요셉에게 고양이 털 날리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제게,

하느님께 타고난 예쁜 마음을 받은 요셉은,

또 한번의 희생을 해주었습니다.

염치없지만, 고맙게 그 희생을 낼름 받아 먹었지요 @^^@ 호호호~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친정엄마가 이 소식을 들으시고는,

당장 다시 성당으로 데려다 놓으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지요...

성한 동물도 아니고, 장애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안된다는,

엄마의 말씀에, 저는 어느새 장애가 있는 루비의 엄마가 되어있었나 봅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와 버렸지요...

 

그러고는 요셉도 저도 내내 마음이 편치가 않지 뭐예요.

이일이 잘 하는 일인지, 그냥 내 집착과 애착에 빠져 있는 일인지...

도통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무엇이 옳고 무엇이 바른 길인지...

사실, 제가 아니어도 루비를 잘 키워줄 사람은,

어디엔가 한명을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상황도 안좋은데, 나 좋자고 루비를 끼고 도는 것은 아닌지,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이미 마음을 굳히신 모양이셨습니다.

루비의 엄마로 저를 찍어 놓으시고,

이 모든 일들을 저에게 허락하셨던 모양이었나 봅니다.

주님의 사랑과, 그 깊은 뜻을 깨달게 해주셨습니다.

저와 함께 애닳는 마음으로 루비를 데리고 이리저리 다니셨던,

당신의 마음을 제게 살며시 내 보이셨습니다.

그리고는, 요셉에게 당당히 말했습니다!!!

 

"만일, 내가 처음 루비를 보았을때,

 그저 집에서 마음만 아파하고, 걱정만 하고 있을때,

 누군가가 그 고양이를 데려다 수술 시키고,

 키워주겠다고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분명 엄마도, 오빠도 참 좋아했을 거야...

 그런데, 그게 내가 되면 왜 안되는 거지?

 

 사람들은, 좋은일이 무엇인지, 선한 일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생각만 하고 말아 버리지.

 좋은일에는 '왜 나는 아닐까...' 투덜대면서도,

 조금만 어려운 상황이면 '왜 나일까...' 또 투덜대는 것이 사람인것 같아..."

 

이것이 잘하는 짓인지, 못하는 짓인지 구분 짓는것의 잣대는,

바로 우리 하느님 이셔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늘 나의 편의와, 나의 상황을 우선으로,

이리저리 재어보고는, 나에게 불편한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속단하며 오판을 하게 될때가 많이 있습니다.

늘 부족하고, 어리석은 것이 우리들 이지만,

이런 우리들을 귀여워 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하느님이 계시기에,

또 한편으로는 참 행복한 우리들입니다 @^^@

 

이렇게 우여곡절 끝도 아닌,

우여곡절중에 루비와 함께 하게 된 이야기를 늘어 놓으면서,

우리는 천생연분이구나... 끄덕끄덕 깨달고 있습니다 @^^@

작은 생명이지만, 세상에 널리고 널린 고양이중에 한마리지만,

저와 눈을 마주치며 사랑을 나누는 특별한 고양이 랍니다.

마치, 주님 꽁무니 졸졸 쫒아다니는 저와 같이,

제 발뒷굼치만 쫒아다니는 루비가 저는 너무 사랑스럽답니다.

이렇게 예쁜 루비를 제게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주님께 '왜 하필 나예요...' 한탄하던 마음을,

'제게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로 돌려버렸답니다 @^^@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요한 15:9~11)

 

누군가에게 초대를 받는 이의 발걸음은,

참 기분좋고 설레이는 발걸음 입니다.

오늘, 주님의 초대에 '저요! 저요!' 어린아이들 처럼,

손을 들고, 뛰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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