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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묵상] 태평양을 건너 간 뚱뚱한 물개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12 조회수553 추천수8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고국에 살 적에 7년이란 긴 세월동안 거의 빠지지않고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수영을 하러 다녔었다.

접영만을 빼고는 왠만한 수영은 자신이 있어 같이 가는 동료들 중에 제일 선두로 앞장서서 시범을 보이기도 했었다. 나는 자칭 ㄸㄸ한 물개라고 닉네임을 붙였었다.

요즘 살이 너무 찌고 운동 부족 현상으로 온 몸이 굳어져가는 것 같아 호강에 겨운 헬스크럽에 다니게 되었다..

아들녀석의 배려로 우리 동네에서 꽤나 시설이 좋은 곳으로 다니게 되니 내 마음도 좀 부유해지는 것 같으다.
가입비와 월 회비가 비싸니까 열심히 다녀야겠다고 속으로 마음먹어 본다.

언니와 엄마만을 집에두고 도망가듯 헬스장으로 가는 나의 마음은 그리 편치만은 않기에 미안하기도 했다.

바쁘게 나가다 보니 까막정신이라 수영복을 챙겨넣는다는 것이 난데없이 에어로빅 바지를 갖고 갔는데 집으로 돌아오기엔 너무 멀어 용감하게 그대로 수영을 하기로 했다.. 웃도리야 내 속옷으로도 충분하지 않는가?

미국은 이래서 좋다. 나의 옷차림에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눈길 조차 돌리지 않는다..

국제 규격 싸이즈보다도 훨씬 작은 수영장인데도 한번에 건너기엔 너무 힘이 들었다.. 중간에 동작을 멈추고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연습을 하면 예전과 같은 실력으로 쉽게 수영을 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중단하고 스파(자꾸지)랑 사우나실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어지러움증이 동반을 했다..

나는 힘들 때마다 노래를 부르곤한다..
"하느님 ,, 난 당신을 사랑해요~~ 하느님, 난 당신을 사랑해요~~"
반복되는 하느님 사랑해요~ 노래를 불러도 어지럼증은 여전했다.

밖으로 나와도 나의 어지럼증은 가라앉지 않아 주차장으로 가서 한참을 앉아있노라니 나의 신앙생활은 잘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났다.

늘 기도하는 마음을 게으름 피우지 않았는지? 성경 말씀 읽기와 쓰기를 게으름 피우지 않았는지? 나의 생활을 뒤돌아보았다.

그렇다. 나는 우리 치매걸린 귀여운 엄마를 핑계대며 새벽이면 늘 해오던 성경말씀 묵상시간을 그냥 넘어갔고, 기도시간도 때로는 건너뛰곤 많이 단축 시켜 버렸다.

내 마음을 하느님께서 알아 주시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해 가면서 나 자신을 합리화 시키기에 급급해 하였다.

오랫동안 수영하기를 중단했던 나는 숨차고 힘들어 했던 것처럼 하루하루 지나면서 소홀해지는 나의 기도시간, 묵상시간들이 습관화 되면서 편안게 느껴지고 있겠지만 나중에 난 힘들어 할 것이다.

엊그제 까지만도 가끔 이런 이야기를 언니에게 하곤 했다.
아프기 전에는 성당 일 이라면 기쁜 마음에 열심히 참여를 하곤 했었기에 그런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픈사람이니까 가만히 앉아서 밥 좀 먹으라는 신자들의 말에도 거북해 했는데 지금은 친교실에 가만히 앉아서 밥을 먹고, 다른 일도 안하니까 아주 편안한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할 지경이니 분명 나에게는 문제가 있는 생활일 것이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벌써 몇개월 째 이런 안이한 생활에 물들어져 가 있는 나를 보시는 우리 사랑하는 주님께서 얼마나 안타까워 하셨을까?

난 오늘 나의 마음 정리를 해 본다..
전에 혼자 지낼 적엔 밖에 나갈 일도 없고 조용하기만 한 집안에서 주로 많은 시간을 기도와 성경말씀 묵상을 하며 지냈었다..

우리 귀여운 치매 걸리신 어머니가 계시면 왜 기도시간도, 묵상시간도 줄여가야만 하나? 엄마와 함께 기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오늘 낮에 엄마한테 같이 묵주기도를 하자고 하였다.. 우리 엄마가 정신 있으실 적에는 주무시는 시간과 식사시간 그리고 약간의 개인 시간을 제외하곤 늘 기도만 하셨던 분이시다.

이내 피곤해 하셨지만 엄마는 예전처럼 묵주 한알 한알 돌리시며 무언가 속으로 기도 지향을 두실 줄 아신다.

다른 건 다 잊어버리셨어도, 기도문을 잘 외우셨다.. 몇십년을 한결같이 기도해오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여운 울 엄마의 치매 증상으로 보아 기도문을 외우시는 엄마를 보면서 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나의 모자람을 하느님께 빌어 주세요."

나의 모자란 마음에 우리 엄마한테도 기도시간을 드리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치매걸리신 귀여운 엄마는 혼자 힘으로는 기도하실 생각조차 못하실 정도로 정신이 없으시지만 내가 시작을 하니까 열심히 아주 열심히 정성스레 기도를 하실 줄 아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저 엄마가 살아생전에 우리들의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나들이 한번 못하신 것이 안타까워 움직이실 수 있으실 적에 여행이나 자주 모시고 가야겠다는 생각만 하고는 흐믓해 했던 것이다.

오늘 하루를 감사히 지내본다..
나의 뒤늦은 깨우침이 감사를 알게 하고 홀가분하게 하고 있다.

이제는 매일 엄마랑 기도를 해야겠다.
그리고 또 여행도 같이 열심히 다녀야겠다..

늘 마음이 언잖았었는데 기쁨이 찾아 와 준다.
저녁밥도 맛나게 먹을 수가 있으니 다 주님의 은총이 아닌가 싶다.

"주님, 저의 약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했어요.
저를 자비로이 용서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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