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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낡은 큰 율법보다 작은 사랑의 자비가 /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0-29 조회수1,502 추천수0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안식일 계명은 주간의 하루를 주님께 봉헌하라는 규정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이의 인권도 존중할 것을 명하는 것이리라. 법을 지키는 주체는 자유민인 우리이다. 그래서 각자에게 딸린 가족, 일꾼들에게도 일을 시키지 말아야 할 게다. 이는 안식일은 우리 자신은 물론 배려해야 할 딸린 이들에게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 날이기도 하기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시면서 마침 그곳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이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를 치유해 주셨다. 그곳 주인장인 회당장은 분개하여 말하였다.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만 와서 치료받으십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루카 13,14)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던 여인을 치유하신다. 한두 해도 아니고 열여덟 그 긴 기간 허리가 굽었다면, 그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된다. 치유와 기적은 하느님 자비이고, 그는 측은지심’, 곧 하느님 창조 질서 안에서 누려야 할 인간의 본디 모습을 회복시켜 주시는 사랑일 게다. 남의 아픔을 내 것으로 하면서, 상대를 향해 먼저 내어 주는사랑의 행위이다.

 

우리도 주위에서 치유 받은 그 여인처럼 잔뜩 움츠린 채 살아가는 이들을 가끔 만나리라. 그들은 물리적인 이유나 심리적인 이유로 그렇게 산다. 경제적인 문제나 열등감도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게다. 우리 신앙인은 그들의 움츠린 허리를 펴게 하여 존엄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조건을 따져서는 안 된다. 사람을 살리고 일으키는 데에 굳이 유일한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변치 않을 사랑일 떼니까.

 

한 주간의 모든 근심을 주님께 맡기고 삶의 힘겨움에서 벗어나 그분 안에서 쉬는 시간이 주일이다. 하루 내내 자고 텔레비전 보고 공기 좋은 데 놀러 다닌다고 잘 쉬는 게 아니다. 세속에서 벗어나 잠시 침묵 속에 영적 쉼을 가질 때 진정한 쉼이 된다. 우리는 반드시 하느님 안에서 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지상에 살면서도 뒷날의 영원한 쉼을, 미리 맛보며 살아야만 할 게다. 그래야 주님 나라가 그리 낯설지 않을 게다.

 

자비를 입은 우리는 자비를 베푸는 삶에 초대되었다. 자비의 실천은 서로 용서하고 감사의 말로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 기적은 사랑이요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이다. 굽은 허리로 숨어 지냈던 여인이었지만 기적 같은 은총을 체험했다. 그만큼 그 기나긴 고통으로 인해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었으리라. 그런데 매일매일 회당을 지키는 것이 직업이었던 회당장은 꾸중을 들었다. 안식일의 근본정신을 모르는 회당장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주일의 의미를 정말 제대로 깨닫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게다. 허리가 굽었던 여인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은혜의 안식일이었다. 낡은 큰 율법보다 작은 사랑의 자비가 더 훈훈한 삶으로, 이 시각 우리에게 안기는 것만 같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회당장,안식일,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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