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낭패감을 딛고 (부제: 새싹들의 함성)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11 조회수705 추천수13 반대(0) 신고

5월 11일 부활 제4주간 (목)요일 (요한 13, 16-20)

 

 "종이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16절)

 

종이 주인보다 높을 수 없건만, 이 질서를 자주 깨뜨리는 제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물이 역류할 수 없는데 거스르려하니 힘은 힘대로 들고 될성부른 일이 아닌데도, 삶의 순간순간들에서 이 사실을 자주 망각하곤 합니다. 

 

어제는 제가 주도하려다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한 번 더 체험한 날이었습니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17절)

 

그저께 일기예보에 어제는 비가 올 확률이 60%라는 소식을 들었지만, 저는 조금은 무모하게 "비가 오더라도 어린이들에게 우산을 가져오게 하고 소풍을 진행하자." 라고 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은 각 반에서 "비가 오더라도 점심을 싸가지고 오라." 고 한 모양입니다.

 

어제 아침에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소풍 진행 여부를 문의 하시는 학부모님의 전화를 받으며 선생님들의 의사를 물으니, 이미 걸려온 전화에 유치원에서 출발하는 10시현재 시각에 비가 오지 않으면 소풍을 진행하겠으니 점심을 준비시켜 주시라고 말씀드렸다기에 저도 동의를 하고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응답하였습니다.

 

저나 선생님들이나 깡(?)이 좀 세었던 것 같습니다. 10시 정각에 아주 작은 실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소풍을 가는 "용왕산에 도착하면 비가 내리지 않겠지..." 하며 소풍지로 출발하였습니다.

 

소풍지에 도착하자, 연 이틀간 잠을 설쳤던 관계로 몸이 피곤해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갑자기 발동이 걸렸습니다. 학급별로 숲속 체험 활동을 하며, 소풍을 진행할 장비를 기다리고 있던 시간이었는데, 계획표의 시간을 바꾸어서 달리기를 미리 진행하였습니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한가지 활동이라도 해두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선생님들은 계획을 바꾸니까 약간 어리둥절해 했지만 상황이 그러니만큼 수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선생님중에는 1등 2등 3등 찍어주는 도장이 없으면 아이들이 혼동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분도 있었지만 제가 결승선에서 1등 2등 순서대로 앉히자 혼동하는 어린이들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달리기를 한 반씩 진행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되겠다 싶어, 두 반씩 세곳에서 진행하라는 오더를 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계획을 변경하는 사전 협의 없이 진행하다보니까, 제 머리속에 있는 구상을 선생님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입니다. 두 반씩 한 분은 출발을 진행하고 한 분은 결승선에 있으면 되는데, 마침 제가 진행하고 있는 결승선으로 다른반 어린이들을 함께 출발시키니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이 때 제입에서  "왜 그렇게 답답하냐?" 는 말이 갑자기 튀어나왔습니다. 말을 내뱉은 순간에 후회하였지만 쓸어담을 수 없었습니다. 소풍을 모두 마친 다음 평가하는 자리에서 그 선생님에게 정식으로 사과 했지만 제 마음은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고백성사를 보았습니다.

 

제가 튀어 나오다보니 애덕을 거스른 것입니다.

 

11시 30분쯤되자 또 약간의 비가 내려서 정자등지로 피하여 점심을 먼저 먹고 준비한 활동들을 다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소풍전반에 걸친 평가회의에서 이런 저런 아쉬웠던 면, 개선점들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지만 개신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있는 한분이 "시간을 상황에 맞게 잘 조절한 면과, 어린이들이 너무 즐거워한 것들이 좋았다." 는 의견을 통해서 문제점만 이야기하다보면 자칫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분위기를 통합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 모두는 궂은 날씨에도 큰 무리 없이 잘 진행된 행사에 모두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늘 말씀지기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주님께서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 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 들이는 것"(요한 13, 20) 이라고 말하셨을 때 염두에 두셨던 바로 그런 사랑의 전달자가 되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잠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자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이상하기만 합니다......당신의 노력이 적절치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설득력이나 믿음, 사랑 조차도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랑의 전달자이기보다는 제가 앞장서고, 종이면서 주인의 의도를 망각한 채 이리 뛰고 저리뛰고 난 다음에 남는 것은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마음도 기쁘지 않게 된 자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비하신 주님은 다시 고백성사를 통해 회개하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오늘 교사들과의 나눔시간에, 어제 새벽 미사후에 기도를 하면서 구한 은총을 노트에서 찾아 보았더니 "유치원 소풍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은총" 을 구했더라구요... 모든 것을 선으로 이끌어 주시고 주관해 주시는 주님이시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있는 선생님>

 

                                  <푸른꿈을 가득 안고 신나게 달려요...>

 

 

                                     <넷이서 마음을 합쳐 사이좋게...>

 

                                          <우리 청팀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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