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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부님은 왜 삽니까?" / 신원식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09 조회수962 추천수19 반대(0) 신고

신원식 신부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부활시기가 되면 한 수녀님이 떠오릅니다. 8일 피정에 오셔서 첫 면담에서 하신 첫 말씀이 “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신부님은 왜 삽니까?”라고 물어오셨습니다. 제가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자 수녀님은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수녀원 밖에서 25년, 수녀원 안에서 25년을 살아오셨습니다. 50년 동안 그 분의 삶은 한마디로 가시밭에서 뒹굴면서 살아온 고통과 어둠의 나날이었습니다. 조금의 기쁨도 행복도 존재하지 않는 한 사람의 적나라한 고통의 삶을 대하고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사람이 너무나 놀라운 일 앞에서는 말문이 막히듯이 처절한 고통 앞에서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가 없었습니다. 한마디도 못하고 그 수녀님을 보내고 나서 그 수녀님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도 외에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력감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자 했습니다. 그 후 8일 동안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마지막 면담에서 수녀님이 하신 말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왜 사는지 알겠습니다. 바로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살아계신 예수님을 체험했기에 자신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첫날 저에게 이야기 해주었던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의 삶을 다시 들려주었는데, 상처와 고통뿐이었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삶이 얼마나 큰 은총이고 섭리였었는지, 자신의 교만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을 얼마나 거부하며 살아왔는지, 하느님이 어떻게 자신을 위해 일해 오셨는지를 아주 감동적으로 들려주었습니다.

 

수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이 하나 반짝하고 빛나고, 또 이곳저곳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생겨나다가 나중에는 온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죽어있던 과거의 삶이 새롭게 다시 살아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수녀님을 통해서 나는, 예수님의 부활 체험이 현재와 미래의 삶 뿐만이 아니라 지나간 과거의 삶도 새롭게 살려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고서 제자들에게 전했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습니다.(마르코 16,11) 또한 두 제자도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고 증언을 했지만 제자들은 그 말도 믿지를 않았습니다.(마르코16,13)

 

오늘 복음에서는 다른 모든 제자들이 부활한 예수님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토마는 믿지 않았습니다. 8일간 토마사도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이 갑니다. 자신도 믿고 싶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환호하는 다른 제자들처럼 자신도 이제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기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혼자서 두려움과 의심 속에서 보내야 하는 그 시간들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들이 토마 사도의 8일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믿고 싶지만 여전히 두려움과 의심 속에서 보내는... 제자들이 체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증언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증언은 우리에게 희망과 격려가 됩니다. 우리 삶의 목적이 결국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하는 수녀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희망을 가지고 끊임없이 예수님을 찾아 나서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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