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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62) 마음은 편했어도 불행한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08 조회수706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6년5월8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 ㅡ사도행전11,1-18, 요한10,1-10ㅡ

 

     마음은 편했어도 불행한

                                 이순의

 

 

먼 곳까지 외출을 하였어도 어버이 날이라서 돌아왔다.

케익을 사러 빵집을 서성이다가도 그냥 나왔다.

벌써 2,3일 전 부터 카네이션 바구니를 들었다가 놓았다가

어버이 날인 오늘까지도 사지 못했다.

나는 며느리이다.

그것도 맏며느리이다.

너무나 힘겨운 세월의 맏며느리이다.

족히 10여 년만에 평화로운 봄을 살고있다.

장사가 시작이 되는 봄만 되면 짝궁과 싸웠었다.

경영의 투명성을 놓고 작은 싸움도 아닌 큰 싸움의 연속!

그래도 이혼하는 것 보다는 살아보자고......

어지간히도 말을 듣지 않는 짝궁과

그런 형을 우숩게 아는 동생들과

캄캄히도 어두운 어머니 사이에서

악녀로 살은 세월이 어찌 쉬웠을 것인가?!

아니다.

원래는 착했고......

그들이 알든지 모르든지

가진 것을 다 털어서 다 팔아서 나누어 주었지!

다 털어보지 않은 사람은

다 턴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 팔아서 주어보지 않은 사람이

다 팔아서 주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결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나를 보아도 독하다.

나빠서 독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선해서 독한 것이다.

18년을 짝궁을 믿었으므로 독한 것이다.

짝궁을 믿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 2년이다.

 

지금은 결코 짝궁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20 년만에 동생들을 끊었다.

얼마나 오랜만의 짝궁의 진실한 노력인가?!

처음 시작은 짝궁도 나도 걱정이 앞섰다.

오랫동안 동생에게 영업을 넘긴 후유증이라도 겪을까봐

당골손님이 낯을가려서 오지 않을까봐

나이가 많아져서 몸이 말을 듣지 않을까봐

여러 가지로 걱정은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이라고 여기기로하고......

짝궁은 쉬엄쉬엄 무리하지 않을만큼만 소비를 하였다.

더구나 억지로 되지 않던 인간이라는 짐이 청산이 되고보니

하늘도 또 알아서 그만큼만 열어주시는!

물건이 들어오지 않아도 걱정이 덜된다.

시동생이든, 일하는 사람이든, 인력을 유지해야하는 부담감은

욕심을 부르고

그 욕심은 무리한 선대금이라도 깔아서 영업을 확대 유지하려하는!

인력을 수용하지 않으니 그런 걱정이 줄었다.

결국 벌어가는 몫은 따로있고

남는 선대금이나 짐은 내 앞의 오물로 뒹굴고야 마는

그런 세월이 벌써 몇몇 해 더라는 말인가?!

 

명색이 사장이라고

<형님은 들어가시시오.> 라고 해 버리면

체면에 서서 물건 파는 현장에 서 있을 수도 없고!

돈 대고, 명색은 사장인데, 먹을 것이 없는 개 사장!

봄 장사가 끝나면 남는 것은 싸움뿐이었다.

자식하고 먹고 살을 몫이 적어서 싸우고

서류정리가 안된 불투명한 경영을 놓고 또 싸우고

남은 선대금 때문에 빚이 처저서 싸우고

친정식구 못할 일 시켜서 또 싸우고

일생동안 1원 한 장도 손해 볼 줄은 모르고 벌어만 먹고 살은,

장부정리도 하지 않고 주먹으로 버티는 시동생들을 자르라고

싸우고 또 싸우고!

그렇게도 그렇게도 악다구니를 써도 안되더니........

올 해는 짝궁이 혼자한다.

안 벌어도 책임이 없으니 부담감이 줄어서 편하고

벌어오면 벌어 온대로 좋다.

시동생이 동업이라는 명목으로 내 자식의 학비도 못 줄 만큼

영업비용을 유용하지 않았다면

올 봄에도 시동생은 형에게

<들어가시시오.>라고 했을 것이고

나이롱사장 짝궁은

사무실에 올라가 그림공부하며 놀아야 했을 것이다.

<몸 편한 놈 치고 부자없다.>라는 우리네 속담처럼

짝궁이 사장은 사장인데 몸이 편한데다가

영업주로서 장부정리 결제권조차 무시당한지가 오래였고!

그러니......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는 남았다고

돈을 잘 번다고 공표를 하고 다닌 덕에

<그 돈 벌어서 다 뭐에다 썼냐?>라고

시어머니는 역정이셨고

그 돈 벌어서 다 어디다 썼느냐고

나도 모르는 말씀을 어머니께서 하시든데

내가 해 드린 말이 아니면

당신이나

당신 동생이나 동서들이 한 말인데

우리 친정식구한테 맨날 돈 빌려다가

당신네 식구는 그 돈 다 어디다 썼냐 라니?

나도 좀 알고 살자고,

벌어서 다 못 쓸만큼 많은 돈이 어디에 있는지,

제발 나도 좀 알자고, 알자고 싸운 봄. 봄. 봄.

그런데......

아무리 형이라도

자식의 학비를 못 줄 만큼

운영상의 함정을 파버린 동생이

언제까지 이해되거나 용서 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10여 년 만에 짝궁은 현장에 섰고

매일 밤,

한 단이요, 한 단, 두 단이요, 두 단,....... 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들어와

판매 메모지를 방바닥에 깔아놓고 잠이 든다.

실로 얼마 만의 믿음인가?!

나는 잠든 짝궁의 곁에서 계산기를 토닥거린다.

정확하다.

그래서 만족이다.

짝궁이 혼자서 판매를 하다보니

이중의 인건비가 들지 않아서 좋다.

짝궁이 혼자서 판매를 하다보니

욕심을 부리거나 무리를 하지 않아도 부담감이 적어서 좋다.

이제야 새출발하는 기분이다.

봄 한 철이 열리면서

이렇게도 마음이 편한 봄을 맞은 기억이 아련하다.

부부이기 때문에 검은 마음이 없다.

시동생처럼 장부를 안잡으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다 내어놓고 잠들면

내가 장사하는데서 구경도 하지 않았어도

메모지 한 장의 투명성은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른다.

그대로 배껴 정리만 하면 된다.

 

인간의 마음을 인간이 인도하지 못한다.

아무리 아무리 악다구니를 썼어도 벌써 10여 년이다.

10여 년 만에 마음은 평온하다.

많이 벌지 않아도 된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된다.

시동생들을 살리기 위해서 

부담감을 지는 손해를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축복처럼 느껴진다..

각자 알아서 능력껏 벌어먹고 살면 된다.

한글 표기도 잘 못하는 형의 능력으로

그만큼 함께 살았으면

제 부모가 형에게 한 능력보다

형의 은공이 충분히 하늘에 전해질 터!

동생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지금이라도 떨어져 나가서 너무나 좋다.

자기 유리할 대로 거짓말하는 동생들 틈에서

동서들이 뭐라고 씨부렁거리든지 말든지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형에게 의탁하지 말고

제 부모가 준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부디 잘 살 것지!

살아보면 알 것지!

이제는 자기들 복으로 부자 되 것지!

결혼 생활 20 년만에 마음의 짐을 벗는다.

 

신부님의 훈화는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사십시오.>였다.

그런데 나는 성령의 뜻을 알아내지 못하고

10 여년을 악다구니를 썼다.

결혼 20 년 만에 가져 본 새 마음이다.

이 마음을 계속 살게 해 주실지는

성령께서 허락하셔야하고

다음은 짝궁에게 달려있다.

 

착한 짝궁을 만나서

마음고생의 몫을 얼마나 얼마나 했어도

그런 착한 짝궁의 복을 빌며 살아 온지가 또한 20 년이다.

오늘도 짝궁의 복을 빌며 아침을 열었다.

그래도 불행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시모님을 보러 가기가 싫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불효자인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시모님은 내 어머니가 아니다.

짝궁의 어머니이고,

시동생들의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아들 하나랑 동반하여 살아 온 삶의

탓이 아니다.

어머니의 또 다른 자식들이 나로하여금

어머니를 보러가기 싫게 했다.

그래서 나는 어버이 날이 불행했다.

그러므로

친정어머니께서 언니들 집에 오셨어도

나는 내 어머니를 보지 않았다.

또한 내 자식에게도 받지 않았다.

굳이 이유를 따져서.......

친정어머니께 마저 그러면 되느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솔직히

죄인인 내 마음은 친정어머니를 뵙는 것도 싫다.

이토록 굽은 나의 마음이 펴질지 안펴질지는

그 또한 성령의 뜻이리라.

기도하고,

성찰하고,

성사보고,

다 해 보았어도.......

내 마음을 내가 펴려고 해서 펴지는 것이 아니더라는 체험을

무수히 해 오지 않았던가?!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저는 오직 기다릴 뿐입니다.

  가슴이 터지려고 하거든

  등을 굽혀서라도 기다릴 것이며

  눈물이 폭포가 되어 쏟아지려거든

  강을 이루어서라도 기다릴 것이며

  마음을 펼 수가 없으면

  그 마음을 태워서라도 기다릴 것입니다.

  그 기다림이

  혼인의 성사를 깨는 것 보다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주님,

  시모님을 위해서라도 짝궁에게 복을 주소서.

  착한 짝궁에게 복을 주소서. 

  불쌍한 짝궁에게 복을 주소서. 

  아멘!>

 

그리고 하루 해가 저문 어버이 날에

유효기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가격이 할인된 카네이션 한 송이를 샀다.

저녁 출근 준비가 한창인 짝궁에게 내밀었다.

짝궁도 말 없이 들고 나갔다.

빈 흰봉투도 하나 들려 주었다.

그리고

그냥 말기가 섭섭하여 가시도 한 방 쏘았다.

<덕은 처가에서 다 보고, 장모는 어버이 날도 없지?!>

나도 내 엄마가 생존해 계시는 귀한 딸이다.

그래도 나는 내 엄마를 만나지 않는다.

시집 온지 20 년 동안

아직 단 한 번도 친정엄마를 챙겨드리지 못했다.  

나는 불효자다.

나는 우리 새언니 앞에서 큰 죄인이다.

 

<주님,

  착한 짝궁에게 복을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이것이 제 십자가라면

  얼마든지 기다리겠습니다.

  주님!>

 

ㅡ 예수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양들의 문이다.  나보다 먼저 온 자들은 모두 도둑이며 강도다. 그래서 양들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요한10,7-10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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