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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무 슬퍼하지 마시길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08 조회수1,064 추천수16 반대(0) 신고
5월 8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요한10장 1-10절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너무 슬퍼하지 마시길>


어버이날을 목전에 둔 연휴에 주말사목을 나갔다가 길이 막혀 돌아오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대로 한번 찾아뵙지도 못하는 송구스런 마음에 ‘왜 이런 날은 만들어가지고’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저마다 부모님께 전해드릴 감사의 정을 한 아름씩 안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꽃처럼 어여뻐보였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어버이날,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음뿐인 분들, 도무지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분들, 그래서 가슴 아픈 분들도 많겠지요. 또 이미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셔서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부모님들, 여러분들의 못내 아쉬운 그 마음을 잘 헤아리고 계실 것입니다. 그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묵주기도 한번 정성껏 봉헌해드리는 것도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맞아 오랜만에 나들이 나온 한 가족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연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까르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눈길은 유독 아버지에게로 쏠렸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그 순간을 셔터에 담기 위해 아버지는 엄청 바빴습니다. 아마도 아버지는 언젠가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 ‘너희들에게도 이런 예쁜 순간이 있었단다’ ‘이렇게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지’ 하며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겠지요.


그런데 아버지는 아이들 사진 찍어주느라 자신의 모습은 거의 남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자녀들의 배경으로 만족하십니다. 자녀들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어도 좋습니다. 자녀들을 위한 무조건적인 헌신, 이것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보편적인 모습이겠지요.


어제 성소주일 복음에 이어 계속되는 오늘 복음의 주제는 ‘착한 목자’입니다. 착한목자의 최종적인 소원 한 가지는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이 생명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양들이 영원한 생명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 그래서 주님의 푸른 목장에서 마음껏 풀을 뜯는 것, 그것이 착한 목자의 유일한 소망이자 기쁨입니다. 마치도 우리 부모님들이 그러셨듯이 말입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대하는 모습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착한 목자 예수님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집에 들를 때 마다 와 닿는 느낌이 없으십니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으셔서 안달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더 먹이려고 기를 쓰십니다. 뭐 하나라도 들려서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가 기뻐하면 그분들 자신들의 일보다 더 기뻐하십니다. 우리가 걱정하면 자신들의 걱정인양 걱정하십니다. 그분들의 유일한 바람은 우리가 잘 되는 것입니다. 무사한 것입니다. 건강한 것입니다. 만사형통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은 어찌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이러한데,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어떠하시겠습니까? 하느님의 우리를 향한 헌신, 인내, 자비는 우리의 상상을 완전히 초월할 것입니다.


그분에게 있어 가장 큰 고통은 우리가 고통당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가장 큰 슬픔은 우리가 슬퍼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가장 큰 불행은 우리가 불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그분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은 우리가 행복해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가장 큰 기쁨은 우리의 인생길이 활짝 꽃피어나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그분의 가장 큰 바람은 우리가 멸망하지 않고 구원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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