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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원한 세상까지 갈 여비를 주세요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06 조회수912 추천수21 반대(0) 신고
5월 6일 부활 제3주간 토요일, 도미니코 사비오 축일-요한 6장 60-69절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영원한 세상까지 갈 여비를 주세요>


오늘 우리는 돈보스코의 제자이자, 성인인 도미니코 사비오의 축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비오는 1842년 4월 2일 이탈리아 북부 산죠반니란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후에 돈보스코 오라토리오 학생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당시 사비오는 기숙생들 사이에서 신앙심 깊기로 유명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비오는 겨우 15세의 나이로 병을 얻어 요절하게 됩니다.


사비오의 성성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사비오가 겨우 4살 되던 해, 길을 가던 손님이 집에 들어와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손님은 식사 전 기도도 하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사비오는 식사 전 기도를 빼먹은 그 손님에게 뭐라고 한마디 건네고 싶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4세) 겨우 참았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지 않고 거실 구석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아있었습니다.


손님이 떠나가고 나서, 걱정이 된 부모님이 사비오에게 물었습니다.


“왜 다들 식사할 때 함께 하지 그랬니?”


사비오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식사 전 기도를 밥 먹듯이 빼먹고 짐승처럼 먹을 줄만 아는 사람과는 같이 식사하기 싫어서요.”


당시 첫영성체는 적어도 11세 혹은 12세가 되어야 가능했었는데, 워낙 성덕이 출중했던 사비오였기에 7살 되던 해 첫영성체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사비오는 훗날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그날(첫영성체 하던 날)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기뻤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첫영성체를 하며 4가지 유명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7살 난 어린이가 이런 결심을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으시겠지만,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한 사실입니다. 사비오는 이 결심을 틈날 때 마다 꺼내서 읽어보곤 했습니다.


1. 자주 고백성사를 보고, 고백지도 신부님의 허락이 있으시면 항상 영성체하겠습니다.

2. 축일을 거룩하게 지내겠습니다.

3. 내 친구는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님

4. 차라리 죽을지언정 죄를 짓지는 않겠다.


1854년 12월 8일, 사비오가 12살 되던 해 무염시태 축일 때 그는 다시 한 번 세례 때의 약속을 갱신합니다.


“성모님, 저를 당신께 봉헌합니다. 저를 항상 당신의 소유가 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 성모님, 언제나 저의 친구가 되어주십시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죄에라도 떨어지게 된다면 차라리 지금 당장 죽게 해주십시오.”


돈보스코의 기숙사에서 돈보스코의 첫째가는 제자이자, 다른 아이들의 모델로 제시되었던 사비오는 천국 같은 생활을 그리 오래 계속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학업을 지속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돈보스코는 눈물을 머금고 사비오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로 작정했습니다.


마지막임을 직감했던 두 성인(聖人)이 교문을 향해 걸어 나오면서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입니다.


“돈보스코, 신부님을 기억할 수 있는 선물 하나만 주세요.”


“사비오, 그래 무슨 선물을 받고 싶으냐? 읽을 만한 책을 한권 줄까?”


“아니요, 신부님. 좀 더 좋은 것으로 주세요.”


“집에까지 가려면 여비가 필요할 텐데, 돈으로 줄까?”


“예, 여비 좀 주세요. 영원한 세상까지 갈 여비요. 언젠가 신부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교황님께 임종전대사를 베풀 권한을 주셨다고. 저에게 그 전대사를 주실 수 있으세요?”


“물론이지, 참 잘 생각했다. 그럼 지금 즉시 그 전대사를 주마.”


그리고 사비오는 다시 못 돌아올 길을 떠났습니다. 1857년 3월 9일 15세의 일기로.


사비오의 생애를 묵상하면서 느끼는 것입니다. 성덕이란 꼭 세월이 흘러야, 또 가방끈이 길어야 쌓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매일의 작은 의무들에 최선을 다하고, 매일의 성무에 충실함을 통해 누구나 성화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사비오와 돈보스코의 관계를 바라보면서 생각하는 바입니다. 성화의 여정에 있어서 제대로 된 영적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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