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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늘에서 더욱 빛나는 얼굴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04 조회수830 추천수12 반대(0) 신고
5월 5일 부활 제3주간 금요일-요한 6장 52-59절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이다.”



<그늘에서 더욱 빛나는 얼굴>


열차를 타고 내려오는데, 건너편에 앉아있던 한 아기가 이리저리 눈길을 돌리다가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너무나 예쁜, 그래서 마치도 한 송이 꽃과도 같은 아이여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건넸습니다.


아이도 제가 건넨 미소에 생글생글 꽃 같은 웃음으로 응답해주었습니다.


제가 만일 처음 보는 아가씨나 아주머니에게 미소를 보냈다면, 그쪽에서 저를 정신병자 취급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니면 제가 무슨 엉뚱한 마음을 먹고 추파를 건네는 것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점이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겠지요. 아무런 근심걱정도 없이, 의구심도 없이 누구에게나 환한 웃음으로 대하는 어린이의 얼굴은 그야말로 날개 없는 천사의 얼굴입니다.


이지라는 명나라 사상가는 동심(童心)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동심이란 거짓을 끊어버린 순진함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처음 갖게 되는 본심(本心)을 말한다. 동심을 잃게 되면 진심이 없어지게 되고, 진심이 없어지면 진실한 인간성도 잃어버리게 된다.”


예수님께서도 어린이들을 성가신 존재로 여기고, ‘애들은 가라!’며 쫒아내는 제자들을 향해 나무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오 복음18장 14절)


왜곡된 교육구조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어린이들, 부모가 못 다 이룬 꿈에 대한 부담감에 허덕이는 아이들, 그래서 일찌감치 동심을 잃어버린 아이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들이 좀 더 어린이답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 어린이들이 학업에 대한 과중한 부담, 과외로 인한 스트레스, 부모들로부터의 지나친 기대감에서 벗어나 어린이 특유의 환한 미소를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뜻밖의 말씀을 던지십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이다.”


아직까지 예수님의 정체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유다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깜짝 놀라 이렇게 수군거립니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유다인들 사이에서는 큰 소란이 일어나고 말다툼까지 벌어집니다. 아마도 서로 멱살까지 잡고 대판 싸웠을 것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아직 세상의 때가 덜 묻은 사람들, 영혼의 순수성을 간직한 사람들, 동심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있어 예수님의 몸은 참된 양식이고 그분의 피는 참된 음료란 진리를 깨닫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어린이날을 맞아 어른들 역시 하느님께서 축복하시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길 바랍니다. 세상과 이웃, 나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언제나 경이로운 시선으로 만물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어제의 나와 결별하고 진지한 마음, 경건한 마음으로 매일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사랑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잎이 눈뜨면서 숲이 눈부신 것처럼 아이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옵니다. 다시 오는 봄처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최상호 시인의 바람처럼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깊은 산 속 키 큰 나무 곁에

혼자 서 있어도 화안한 자작나무같이

내 아들아

그늘에서 더욱 빛나는 얼굴이어야 한다.


-최상호, ‘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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