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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붕 위의 목자들
작성자전재성 쪽지 캡슐 작성일2006-05-04 조회수537 추천수2 반대(0) 신고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면, 오마하 해변에서의 치열한 상륙작전중에도
뻣뻣히 선 상태로 쓰러진 병사들에게 성사를 주는 군종신부의 모습이 보입니다.
전쟁이라는 가장 '반그리스도적인' 상황에서도 그곳에 불려나온 '양떼'를 천국으로
보내야 하는 목자의 책무는 여전했던 것이죠.

 

국민의 99%가 가톨릭 신자인 엘살바도르에서 1980년 3월 24일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집니다. 미사를 드리고 있던 산살바도르 대주교 오스카 로메로가 암살자의
총탄에 쓰러지는 순간이죠. 원래 대단히 보수적인 인물로 당시 군부의 마음에 쏙드는
성직자였던 그는 가난과 학대로 고통받는 엘살바도르 민중들과 그들을 억압하는
정부의 비인간적인 살인행위들을 보면서 그 누구보다도 정의로운 투사로 거듭난
목자였습니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암살의 위협에도 그는 주교의 직분을 잃지 않고,
숨거나 목소리를 낮추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더욱 그 위협을 향해 진실의
목소리를 드높여 외쳤습니다.

 

형제들이여, 여러분도 우리의 국민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형제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죽이라고 명령하는 자도 '살인하지 말라'는 하느님의 법을 따라야 합니다.
어느 군인도 하느님의 법에 위배되는 명령을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더러운 명령보다 당신의 양심을 따라야 할 바로 그 순간입니다.
교회는 그러한 죄악 앞에 침묵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울부짖음이 점점 더 커져 하늘에 까지 닿는
이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나는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나는 간청합니다, 나는 여러분께 명령합니다.
억압을 멈추시오!

1980년 3월 23일 산살바도르 대주교 오스카 로메로

 

결국 그는 이 성명을 발표한 다음 날, 미사 중에 총격을 받고 선종합니다.
하지만, 그의 피는 결코 헛되지 않았죠.

 

대추리 지붕 위의 사제들을 보면서 그를 다시 떠올립니다.
그가 떠난 그때도 역시 1980년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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